【칼럼】 지속가능 인증 유감과 TNFD로의 전환

2023-09-18     임팩트온(Impact ON)

지난 5월부터 국제 환경 단체들과, 지속가능한 인증 시장내에서 일어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이와 연관된 소식이 국내 기후위기 언론 뉴스펭귄에서 아래와 같은 기사로 먼저 발표되었다. 

'절멸' 위기 놓인 최초의 가오리’

과학자들은 모지언 스케이트(Maugean Skate)의 서식지가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 30년간 기후위기에 의해 수온이 1.5~2℃가량 상승했을 뿐 아니라 연어 양식장에 의해 오염물질 유입량이 늘고, 수력발전소에 의해 강의 흐름이 변했다. 그로 인해 수중의 용존산소량(DO)이 감소해 수중 생물들이 호흡에 어려움을 겪었고, 모지언 스케이트도 2014년과 2021년 사이에 개체수가 47%나 감소했다. 문제는 인근의 상업적 연어 양식장이 확대되면서 오염수 및 생태적인 변화로 인해 이 가오리의 절멸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후 지난 7월 호주의 언론지인 Tasmanian Times에서 발표된 뉴스를 요약하면, 1988년에 그래함 에드가(Graham Edgar) 박사가 발견한 모지언 스케이트(백악기시대부터 존재한 가오리의 일종) 종은 태즈메이니아 매쿠아리항의 수심 7.5~12.5m 부근에서만 서식하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기(Endangered, EN)' 등급으로 등재된 멸종위기종이다.

“We call on you to immediately revoke your certifications from farmed salmon and ocean trout raised in Macquire Harvour, Tasmania(태즈메이니아 맥콰이어 하버에서 양식한 양식 연어와 바다 송어에 대한 인증을 즉시 취소할 것을 요청합니다)”

이 부근의 연어 및 송어 양식장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속가능한 인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 놀라운 점은 80개의 환경 및 전문가 단체와 시민단체가 이곳 양식장에서 생산되어 유통되고 있는 연어에 대한 ‘즉각적인 인증 철회’를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양식장 회사도 아닌, 해당 인증협회에 보냈다는 사실이다.

책임 있는 양식업, 안전한 양식 수산물이라는 제품상의 인증 마크를 사용하는 해당 유통업체에 “귀사의 유통수산물은 책임있지 않고, 주변의 야생생물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설명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라는 내용인데, 간단히 말하면 ‘그린워싱하지 마시라’는 의미다.

인증 표준마다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원칙이 얼마나 수준 높게 선택되고, 채택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표준이 어떻게 독립적으로, 전문적이고 투명하게 실행하는지가 고유한 인증의 품질이라고 볼 수 있다. 요약하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할지라도 과학적 근거와 환경적·사회적 수준을 엄격하게 고려해야만 책임 있는 자원관리나 지속가능한 어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국내에 잘 알려진 책임 있는 수산물인 국제 인증제도는 엄격한 수질관리, 야생생물의 서식지 보호 및 생태계 보호 개념이 포함되어 있어 평가지표와 평가 중에서도 세밀하게 관리하고 있다. 

 

시대와 산업, 환경 및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인증제도

시대와 산업 그리고 소비자가 요구하는 환경, 사회적으로 책임있고 지속가능한 생산과 공급망 관리, 소비와 관련된 국제적인 지속가능한 인증제도가 다양하게 있다. 아마 여러분의 회사도 적어도 하나둘쯤은 갖고 있고, 마케팅의 용도로 적극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오랜 기간 동안 지속가능한 인증과 산업 분야에서 실행자의 입장에서 활동해 왔고, 지금은 살짝 결이 다른 표준(Scheme)을 설정하고, 유지·관리와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에 있다. 표준과 관련된 전문가, 평가자 및 감사원은 거의 모두 이상과 실행 사이의 교차점에서 고민이 있어왔다.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표준의 강도와 집중하는 부분에 따라 미래의 환경이 달라지고, 현재 자원의 투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환경과 사회적 요구사항이 너무 강하다면 경제적인 이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를 평가하는 전문가의 영역에서 무거운 컨설팅 비용과 과학적 조사 비용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인증이란 영리적인 구조와 유인을 가지고 운영하는 제도가 과연 공정할 수 있을까, 생산자와 공급망, 사용자(소비자) 사이의 균형을 가지고 공익을 이루어 내는 긍정적인 측면이 얼마나 될까 하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선택을 위해 수많은 고려사항이 있지만, 우리에게 늘 선택은 몇가지밖에 되지 않는다. 강제로 의무를 이행하는 법을 제정하든지, 아니면 소비자와 환경, 사회적인 책임에 관한 ‘가치’ 위주의 선택을 하며 조금이라도 더 공익의 방향으로 전환하든지(일부 영리 구조의 개입이 있을지라도).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고려사항에 대해 일일이 선택해가며 세상의 변화를 이뤄나갈 지 택일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후변화 및 대응을 넘어 생물다양성의 관점으로

기업의 회계보고가 TCFD(기후변화대응 회계공시)를 넘어서 TNFD(생태관련대응 회계공시)로 가면서, 생태적 환경관점을 고려해야만 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유럽 그린딜의 농업 전략인 '농장에서 포크까지(Biodiversity Strategy for 2030, Farm to Fork Strategy)는 1)자연보호(Protect Nature) 2)자연복구(Restore Nature) 3)실현 가능한 전환요구(Enable Transformative change) 4)유럽의 전 세계적인 생태다양성을 지지하기 위한 법률(EU Action to support biodiversity globally) 등으로 프레임워크를 구조화하면서 세분화하고 있다. 간략히는 유럽이 생태계의 복원, 보호 및 유지로 방향성을 맞추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한다고 말할 수 있다. 

나름 선진국들의 모임이라는 유럽연합이 모든 공급망에 생태적인 관점을 추가해서 시장을 전환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을 사용할 때 그 환경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이제는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나 있다.

동참할 것인가 아니면 뒤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리딩을 해 나갈 것인가. 우리는 아직도 고려해야 할 수많은 조건 가운데 몇 안 되는 선택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 이수용 대표는  

이수용 전 컨트롤유니온 코리아 대표는 16년간 국제지속가능한 인증전문기관에서 대표를 역임하였다. 현재는 책임있는 수산양식 자원관리 협회인 '수산양식관리협의회(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한국 대표를 맡고 있다. 지속가능한 산림, 팜유, 바이오매스, 섬유, 바이오연료, 수산 자원 등과 관련한 국제 인증표준의 국내 도입에 앞장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