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Ti 인증기업 중 5%만 이산화탄소 제거 계약 체결… “탄소제거 인센티브” 있어야
SBTi(과학 기반 배출 감축 이니셔티브)의 인증을 받은 5998개 기업 중 이산화탄소 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 구매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단 32개(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탄소제거 플랫폼 CDR.fyi은 21일(현지시각) CDR 시장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 CDR 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SBTi는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UNGC(유엔글로벌콤팩트), WRI(세계자원연구소), WWF(세계자연기금)가 공동 운영하는 기후 이니셔티브로,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과학 기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한 지침과 방법론을 제공하고 있다.
1.5도 목표 달성 위해서는 탄소제거 계약 1000배 증가해야
2015년 파리 협정에서 체결된 1.5도 기후목표는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다.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탄소 감축은 물론 현재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CDR이 필수적이다. 탄소 네거티브, 즉 탄소 상쇄를 넘어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제거 또는 격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CDR 부문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CDR.fyi의 자료에 따르면, SBTi 인증 기업 5998개 중 단 32개만이 CDR 크레딧 구매 계약을 체결, 이산화탄소의 영구적인 제거에 투자하고 있었다.
CDR.fyi 창립자이자 SBTi 기술 자문인 로베르트 호글룬드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탄소제거가 필수적이지만, 이 부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CDR.fyi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478만톤의 CDR 구매 계약이 체결됐다. 그러나 과학자들 전망에 따르면,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100년까지 연간 최대 20기가톤의 이산화탄소 제거가 필요하다.
한편 보스턴컨설팅그룹(BCG)는 2030년까지 자본이 풍부한 대기업 중심의 자발적 구매자들이 연간 4~6억톤의 탄소제거 계약을 체결, 2030년까지 CDR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에는 인증 및 규제 기관들이 참여, 컴플라이언스 시장을 형성해 CDR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2030년까지 CDR 사전 계약이 현재 수준보다 1000배 이상 증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CDR.fyi은 탄소제거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장기적인 대규모 사전 계약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 IRA이나 초당적 인프라법으로 직접공기포집(DAC, Direct Air Capture) 프로젝트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만으로는 충분한 자금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로베르트 호글룬드 CDR.fyi 창립자는 "탄소인증 비영리기구가 지침을 제공해준다면, CDR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기업들에게는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제거에 투자할 만한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이라며, “SBTi가 기업들에게 공급망 외부의 기후 솔루션에도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CDR이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핵심 부문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탄소제거 산업 관련 단체들, 넷제로 산업법에 CDR 포함 촉구
한편 19일(현지시각) 탄소기업평의회(Carbon Business Council), 네거티브 배출 플랫폼(Negative Emissions Platform), 카본갭(Carbon Gap), 오픈에어 콜렉티브(Openair Collective), 직접공기포획연합(Direct Air Capture Coalition) 등 이산화탄소 제거 관련 단체들은 EU ITRE(유럽연합 산업연구에너지위원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EU 넷제로 산업법(NZIA, Net-Zero Industry Act)에 CDR을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
NZIA는 EU 그린딜의 중심축 중 하나로, EU 녹색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 촉진을 골자로 한다.
서한에 따르면, 현재 NZIA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기술성숙도(TRL) 규정에 따라, TRL 8단계 이상의 기술들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다. TRL 단계는 숫자가 낮을수록 실험적인 기술을 뜻한다. 즉, TRL 1은 기초 이론/실험 단계, TRL 9단계는 최종 사업화 단계다. 이러한 규정에 따르면,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인 CDR 기술 기업들이 정부 지원금을 받기가 어렵다.
CDR 연합은 이번 서한에서 “CDR 시장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TLR 단계가 낮은 기업도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도록 NZIA 내 명확한 조항 마련이 필수적이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