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공식 탈퇴, 바이든 “취임 직후 재가입"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는 4일 밤(현지시간) 트위터에 취임 1호 공약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4일부로 파리기후협약에서 공식탈퇴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4일 공식적으로 이 협약에서 탈퇴했다고 보도한 ABC 방송 기사를 인용하면서 “정확히 77일 안에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식은 1월 20일, 지금으로부터 77일 후다.
파리기후협약 복귀는 바이든이 내세우는 환경정책과 결이 맞닿아 있는 공약이기도 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과오를 되돌려 놓는 의미를 가진 상징적 공약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기후변화는 음모론”이라며 작년 11월 4일 정식 탈퇴를 유엔에 통보했다. 통보 후 1년 후 탈퇴가 처리되기 때문에 지난 4일에서야 공식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줄곧 탈퇴를 예고해왔지만, 협정 발효 3년 후에 탈퇴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 탓에 작년에 공식 선언을 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규제가 미국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를 들며 온실가스와 관련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해 왔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해제한 규제는 100건이 넘는다. 미국은 협약 탈퇴선언 이후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녹색기후기금(GCF)에 지급하기로 한 20억 달러를 지급하는 것도 거절했다.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은 어렵지 않다. 행정명령을 통해 유엔에 다시 가입하겠다는 통지를 보내면, 이로부터 한달 후 재가입이 가능하다.
파리기후협정 재가입으로 미국은 탄소감축 계획을 담은 국가감축기여(NDC)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2016년 가입 당시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점을 찍은 2005년 수준보다 26~28%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바이든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더 강력한 NDC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은 이미 2035년까지 전력에서 발생하는 모든 온실가스를 제거하고 2050년엔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강력한 NDC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재가입을 하더라도 미국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가입 당시 공약한 목표는 거의 달성하지 못했다”며 “현재 감축 상태는 목표치의 거의 절반(13~14%) 가량”이라고 밝혔다. 또 만약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하게 되면 환경 법안을 통과시키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