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메뉴별 탄소 데이터 공개하는 레스토랑 체인점 '치폴레'의 도전

대기중 탄소 배출량, 물 사용량, 유기농 토지 면적 등 모든 메뉴의 환경 영향력 표시

2020-11-18     김환이 editor
치폴레는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5가지 환경 지표에 기반한 음식 메뉴의 환경 영향력을 제공한다/치폴레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의 탄소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을까. 이런 시도가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멕시칸 전문 레스토랑 '치폴레(chipotle)'는 북미와 유럽 2700개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음식 메뉴별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고객들은 치폴레 앱과 웹사이트에서 각 음식의 공급망 및 원료 출처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비영리단체 그레이스 커뮤니케이션 재단(GRACE Communications Foundation)이 실시하는 '리얼 푸드프린트(Real Foodprint) 캠페인'이다. 그레이스 재단은 환경 및 공중 보건 문제의 대중인식을 높이는 혁신 전략과 고객 참여 캠페인을 개발한다. 최근 개발된 리얼 푸드프린트는 5가지 환경 지표에 기반해  음료, 과일, 콩, 육류, 설탕, 허브, 수산물 등 총 53가지 재료의 지속가능성 영향력과 공급망 가치를 추적하고 보여준다. 

리얼 푸드프린트가 출시된 이후 치폴레를 포함한 많은 식품 기업들이 캠페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샐러드 전문음식점 '저스트 샐러드'(Just Salad)는 메뉴에 탄소 라벨을 붙였고, 11월 초부터 유명 제과전문점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는 저(低)탄수화물 함량을 보여주는 세계자원연구소(WRI, World Resources Institute)의 '쿨 푸드 밀(Cool Food Mill)' 배지를 사용하고 있다. 치폴레도 식품 업계의 새로운 변화에 합류한 것이다.

실제 앱 화면에는 대기중 탄소 배출량, 토양 개선, 항생제 미사용량, 물 사용량, 유기농 토지 면적 등 5가지 환경 지표별 영향력이 표시된다. 치폴레 웹사이트의 리얼 푸드프린트(Real Foodprint) 메뉴에서는 탄소 계산기를 사용해 음식의 탄소 함유량을 계산할 수 있다. 나아가 유니레버, 파네라 브레드 등 경쟁업체의 환경 성과와 직접 비교도 가능하다.

치폴레의 지속가능성 담당 이사인 케이틀린 라이버트(Caitlin Leibert)는 "음식 성분별 탄소 데이터를 직접 제공함으로써 우리 음식이 환경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실제 입증하고 있다”며 “우리는 리얼 푸드 프린트를 통해 음식 자원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유지하고 개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치폴레는 전체 소고기 4분의 1 이상을 계절에 따라 이동하면서 가축을 방목하는 윤환방목(rotational grazing) 농장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육류 1kg당 27k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데 이는 산업 평균치보다 약 18% 적은 수치다. 고객들은 치폴레 사이트에서 '스테이크 브리토 메뉴는 181.7g의 대기 탄소를 적게 함유한다'고 확인할 수 있다.  

음식별 환경 성과 데이터/치폴레

 

한편, 고객들이 환경 지표와 성과를 잘 해석할 수 있는지, 탄소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환경 영향력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대기 중 적은 탄소(less carbon in the atmosphere)'이라는 지표는 자칫 ‘탄소 중립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업계 표준에 비해 적은 것이지 ‘탄소 중립 소고기를 생산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비평가는 "소고기 자체가 고탄소를 배출하는데, 업계 평균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소고기가 포함된 식사 자체가 환경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소고기를 구매하는 것보다는 두부 등 저탄소 음식 재료로 교체하는 것이 고객에게 더 나은 선택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치폴레 케이틀린 지속가능성 이사는 "리얼 푸드프린트는 우리가 얼마나 음식 공급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음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콩, 닭 등 대체 메뉴를 소비하도록 강요하기 보다는 우리가 공급받은 소고기가 전통적인 공급 방식 보다는 환경 영향력이 낮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치폴레의 시도가 향후 다른 레스토랑으로도 퍼져갈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