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GC, 기업 공급망 인권 실사 의무화하는 법안 도입 예정
자발적 실천 넘어 인권 실사 의무화 시행 논의 본격화
지난 16일(현지시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의 제9차 유엔 연례 '비즈니스 및 인권포럼'이 개최됐다. UNGC 샌다 오지암보(Sanda Ojiambo) 상임이사는 기업들이 유엔 비즈니스 및 인권 가이드(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에 따라 인권 보호를 실천할 수 있도록 ‘기업의 인권 실사 의무화(HRDD, human rights due diligence)’를 강조했다.
샌다 상임이사는 인권 실사 의무화는 "모든 사람들의 인권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 사업장과 공급망에서 인권 유린을 막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는 인권 의무화와 환경실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발적인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면서 “인권에 대한 기업 책임을 증진하고 자발적, 의무적, 국가적 및 국제적으로 ‘혼합된 글로벌 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UNGC의 10대 원칙은 2007년 도입된 이후 전 세계 기업과 조직의 자발적 이행을 촉구했다. 이번 포럼은 공급망 내 인권∙환경 기준을 감시∙관리하는 의무를 새로운 국제 법안으로 마련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6월 유엔인권고등판무관(OHCHR)은 인권 실사 의무화를 입법화해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번 포럼에서 세부 조치와 가능성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유럽위원회의 유럽 법무담당 집행위원 디디에 레인더스(Didier Reynders)는 "전 세계는 지속가능하고 평등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며 인권 실사 법안을 새로 상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인권 실사 법안은 유럽위원회와 EU 경제국 중심으로 마련되고 적용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유럽 주도의 인권 실사 의무화를 반기는 입장이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들과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업무 환경에 따라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자체 메커니즘을 적용할 수 있도록 기업에 재량권을 맡기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자발적 실천을 넘어 기업의 인권 실천을 의무화하겠다는 새로운 법안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포럼 참가자들은 "의무 법안이 적용되면 글로벌 기준으로 확대되고 나아가 인권 보호를 한층 더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웨덴 통신기업 에릭슨(Erricson)의 테오 재켈(Theo Jaekel) 변호사는 "이 법안에 찬성하는 기업 간 새로운 합의가 등장함에 따라 공정한 시장경쟁과 인권 원칙을 조화시켜 인권 실사에 대한 법적 확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들은 공급망 내 인권 보호에 대한 수많은 원칙과 기준 중에서 UN원칙과 법안을 최우선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복잡한 공급망 내 인권 보호 원칙을 시행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은데, 의무 법안이 시행되면 UNGC 원칙을 중심으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 실사 및 보호를 시행하는 기업에 대해 기업 운영상 혜택을 줌으로써 책임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유럽 의원이자 법안을 준비 중인 라라 우터스(Lara Wolters)는 “의무 실사 법안을 초기에 도입하는 기업들에게 더욱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켈 변호사는 “이미 실사 제도를 채택하고 있거나 잘 수행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경영상 혜택을 제공하지만, 원칙을 미시행하고 있는 기업은 경제적 손해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 연합 기업 정의(Corporate Justice) 대표인 클라우디아 샐러(Claudia Saller)는 “일부 원칙은 기업 현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다른 수준의 책임을 적용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원칙시행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포럼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은 '환경 실사의 어려움'이다. 국제 환경법을 포괄하는 통합화된 단일 기구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의무 실사 법안은 환경 실사 기준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