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ON】자율주행 자동차 기술로 시각장애인들이 앞을 본다고?

미국 스타트업 스트랩 테크놀로지...전자파, 레이저 센서로 주변 물체와 사물 감지 부상 위험이나 사고 방지 위한 실시간 알람

2020-11-30     김환이 editor
스트랩 테크놀로지스는 자율주행 자동차 원리에 기반한 시각장애인 대상 보조장치를 개발했다/스트랩

 

얼마 전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이 카이스트 교수팀이 개발한 '워크온슈트4' 로봇을 착용하고, 국제 재활로봇 올림픽친 '사이배슬론 2020'에서 세계 1위에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인간과 로봇이 한 몸이 되는 웨어러블(wearable·입는) 로봇 시장은 매년 41.2%씩 고속 성장 중인 시장이다. 

그럼,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도 기술의 도움을 받아 사물을 볼 수 있을까? 미국 스타트업 '스트랩 테크놀로지스(Strap Technologies)'는 이것을 현실화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원리에 기반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보조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무인자동차가 센서로 교통상황을 파악해 운행되는 것처럼, 시각장애인들이 주변 사물이나 사람을 인지해 행동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과 센서 장치를 활용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장애물이나 계단을 감지할 수 있고, 촉각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며, 방향 알림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디에고 로엘(Diego Roel) 창업자 겸 CEO는 "무인 자동차의 두 장치를 활용해 장애물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알려준다"며 "센서 장치의 버튼을 누르면, 바닥을 기준으로 가상의 직선을 추적하고 사용자가 직선을 벗어나면 알람으로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스트랩이 주목한 기술은 ‘레이더(RADAR)’와 ‘라이다(Lidar)’다. 두 기술 모두 자율주행 자동차 기능에 적용된다. 레이더는 전자파로 반사되는 신호에 기반해 주변 사물과의 거리, 속도, 방향 등에 대한 정보를 추출한다. 주파수에 따라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물체를 감지할 수 있으며, 전방 충돌 방지보조나 후측방 충돌 경고 기술 등에 주로 활용된다. 

라이다는 빛의 파동을 활용해 폭, 거리, 높낮이까지 사물 및 주변 물체의 형상을 고정밀도로 파악할 수 있다. 라이다는 고성능 기능으로 무인 자동차의 값비싼 부품 중 하나지만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 점점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이런 기술이 장착된 스트랩의 보조장치는 시각 장애인들이 360도 주변에 있는 장애물을 실시간 감지하고 위험 근접성을 계산해 알려준다. 벽, 계단, 사람 등이 바로 앞에 봉착했을 때에는 낙상 등 사용자의 부상 위험이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진동과 소리로 알림을 제공한다.

시각장애인들은 도구나 장치 없이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스트랩

시각장애인들은 스트랩 장치를 가슴에 장착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 상대적으로 쉬운 기기 작동법과 0.5파운드 이하의 가벼운 무게로 모든 연령이 이용할 수 있다. 주변 사물이나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고 켜지기 때문에 배터리를 최대 72시간까지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스트랩의 센서 장치는 시각장애인의 핸즈프리 솔루션이라고 불린다. 

스트랩은 다양한 혁신기술 행사에서 센서 기술을 선보였으며 내년 여름 750달러(90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현재 250여 명 대상으로 제품 파일럿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미 200여 명의 예약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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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나 취약계층을 위한 기술을 개발해 포용적 사회를 앞당기는 측면에서 이같은 기술은 흔히 포용적 기술(Inclusive Technology)혹은 소셜 인클루젼 기술(Social Inclusion Technology)이라고 불린다. 기술기업 ESG의 주요 토픽 중 하나다. 

특히 구글은 인공지능 기반 머신러닝이 가능한 오픈소스를 배포해, 인공지능 스타트업 등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MRI 사진 분석과 진단을 통해 오진 확률과 검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고객의 신용카드 사용 패턴을 통해 이상한 거래가 발견되면 탐지되도록 한다. 우유 생산량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농가를 돕는 기능도 있다. 

텐센트의 경우 인공지능으로 의료 영상을 분석하는 서비스 'Mying'을 개발했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배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하면 환자가 병원 방문 없이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물론 상용화되거나 기존 방식을 대체하려면 시간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스트랩의 보조장치 기술 또한 시각장애인들이 전통적으로 의지해왔던 지팡이나 안내견 등 기존 방식보다 얼마나 효과적이고 유용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버지니아 공대의 로봇 공학 연구소의 알렉산더 레오네사(Alexander Leonessa) 소장은 "그 동안 시각 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흰 지팡이를 교체하려는 다른 혁신 기술들도 있었지만 대량 생산을 위한 디자인이나 제품을 설계해야 하며, 잠재 고객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좀 더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특히, 도로와 달리 인도는 사람들이나 물체의 이동 방향을 예측 할 수 없기 때문에 스트랩의 기술이 먼 거리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로엘 대표는 "우리의 기술은 시각 장애인들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촉각을 더욱 확장시켜주는 것"이라며 "무작위로 주변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개발된 기술로 시각장애인들을 장애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