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왜 캐나다 가스관 사업 부정적 평판 오르내리나... 높아지는 글로벌 ESG 리스크
캐나다 시위 격렬한 LNG 사업 지분인수 완료 인도네시아 팜유 사업 고발장까지 접수돼
“세계 3위인 국민연금공단(NPS)와 앨버타 공공부문 연기금이 (캐나다) 토착 지역을 관통하고 지역 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는 해안 가스 파이프라인 지분 과반수 인수를 완료했다. NPS는 이전에도 포트폴리오 회사(포스코 인터내셔널)가 지역의 토지를 잠식하고 대규모 삼림 벌채를 유발, 지역 강을 오염시키는 것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OCED의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발장에 이름을 올렸다.”
30일(현지시각) 해외 책임투자미디어인 RI(Responsible Investor)에 보도된 내용이다. 사회책임투자, ESG투자, 공급망 이슈 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현지에 공급망을 가진 국내 대기업이나 이들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 수출입은행 등에도 책임을 묻는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안도 비슷한 일환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캐나다에서 큰 시위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이번에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참여한 캐나다 해안의 가스관 공사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투자사인 KKR을 통해 7조6000억원을 들여 가스관 공사를 맡은 TC 에너지의 코스탈 가스링크 파이프라인(Coastal Gaslink pipeline) 지분의 65%를 확보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웻소이틴 토착 원주민들은 시위대를 조직해, “원주민들이 살아온 전통적인 영토를 점령하고 원주민 터전을 황폐화시키며,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캐나다 정부를 대상으로 강력 반대 시위에 나섰다. 시위대들은 캐나다 온타리오, 퀘백,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의 주요 항구와 철도 노선도 봉쇄했고, 캐나다의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을 잇는 열차 노선이 운행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들은 이 사업에 대한 캐나다 연방정부의 법적 승인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올 초부터 진행된 격렬한 시위와 분쟁은 향후에도 사업 진행의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부담은 ‘ESG’와 책임투자를 강조하고 있는 국민연금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국제적인 압박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연금 김용진 이사장은 11월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군 규모가 기금 전체 자산에서 약 50%로 확대될 예정”이라며 “2021년부터 ESG 통합전략을 국외 주식과 국내 채권 자산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하고 있는 국내 주식규모는 71조6000억원으로, 기금 전체 자산의 10% 수준이다. 이중 국민연금이 실제 ESG 전략을 활용하는 자산은 27조원 정도다. 국내 주식 위탁운용 자산은 약 60조원으로 ESG 투자는 5조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전체 지금자산의 5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ESG 투자 선언으로 국민연금이 지닐 리스크도 있다. 당장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인 ‘소프트법(soft law)’에 따른 고발장에 이름을 올렸다. 그 이유는 바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팜유(야자수기름) 사업에 대해 국내 시민단체가 OECD 한국 연락사무소(NCP)에 진정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한국 NGO인 ‘기업과인권 네트워크(네트워크)’와 인도네시아 현지 비영리단체인 푸사카(PUSAKA), 인도네시아 가톨릭교회 내부단체 SKP-KAMe, 인도네시아 비정부기구인 왈히 파푸아(WALHI Papua) 등이 공동으로 낸 고발장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지분 10% 남짓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진정을 제기한이유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파푸아 지역은 최대 41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규모 시위와 폭력에 휩싸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4개 인터내셔널NGO가 한국 NCP에 제기한 민원은 총 3건으로, 국민연금, 현지법인(PT BIA)의 소유법인인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한국수출입은행 등도 진정의 당사자로 돼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안 외에도, 2012년 이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OECD 가이드라인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이유로 7건의 다른 불만사항이 여러 관할구역의 NCP에 접수됐다”고 밝히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노예와 아동노동을 이용한 부분, 인도에서는 2만명 이상의 토착민들을 해고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대규모 삼림 벌채와 환경 파괴를 했다는 등의 이유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공무원연금은 ABP와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NBIM은 2015년과 2018년 각각 포스코인터내셔널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언론은 한국 정부가 임명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한국형 NCP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나섰다.
ESG 투자의 빗장이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아직 깐깐하고 치밀한 해외 투자자 및 NGO들의 기준을 맞춰야 하기에, 국내 기업과 투자기관의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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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P란
NCP는 OECD가 지난 1976년 제정한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설치한 연락 사무소다.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 해외투자과에 설치돼있다. NCP는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에 대한 진정을 접수하고, 주선 및 권고 등을 담당한다. 진정이 접수되면 1차 평가를 통해 해당 가이드라인의 관련성 등의 요소를 평가하고, 1차 평가가 통과되면 조정절차 등을 통해 최종 권고내용을 발표한다. 가이드라인은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등 11장으로 구성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