렙솔(Repsol), 기후 전략 중 가장 앞서...PRI, 25개 글로벌 정유사 주주관여활동 결과 발표
30-40% 설비투자비용은 향후 2도 시나리오에서 건질 수 없어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은 지난 2년 동안 글로벌 정유 및 가스회사들을 상대로 한 ‘협업 형태의 주주관여활동(collaborative engagement)’ 결과를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결과는 2018년 3월부터 올 10월까지 약 3조달러(3300조원)에 달하는 50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25개 석유·가스회사들에 개입해온 내용을 담고 있다. 25개 기업에는 BP, 셰브론, 엑손모빌, 렙솔, 로얄더치쉘, 토탈 등 글로벌 정유사들이 대부분 포함돼있다.
PRI 발표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처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사업 포트폴리오와 통합하는 전략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25개 기업 중 16개 기업은 2018년 이후 (기후관련) 공시가 개선됐으며, 이중 19개 기업이 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량목표치를 설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8년 11개 기업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향후 1.5도, 2도 등 기후별 시나리오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은 2018년 9개에서 현재 16개로 늘어났다. 8개 기업만이 기후변화의 리스크와 기회를 비즈니스 전략에 포함시키고 있었으며, 이중 절반(4개 기업)만이 탄소에 대한 내부 가격을 공시하고 있었다.
또 부문별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코프(Scope)3 배출량을 공개하는 기업은 11개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2050년까지 완전한 공급망 가치사슬에서 배출량을 2도 이하의 기후 경로에 맞춘 기업은 한 곳도 없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에는 “25개 기업 중 15개 기업이 스코프1(Scope1·직접배출), 스코프2(Scope2·간접배출) 배출량 절대 목표 또는 상대목표를 달성하기로 약속했으며, 5개 기업만이 스코프3(Scope3·공급망 전체배출) 배출량 감소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렙솔(Repsol)의 경우 2˚C 혹은 그 이후 기후별 시나리오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 프로젝트만을 승인·인수하는데, 이는 렙솔의 투자전략에 내재해 있다고 한다. 향후 원유 탐사 혹은 생산 결정을 할 때 파리협정과의 호환성을 평가하기 위한 이 같은 전략(약속)은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전략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편, 25개 중 5개 기업은 화석연료 투자를 줄이기 위한 목표나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5개 기업이 어디인지는 보고서에서 밝히지 않았다.
카본 트래커는 특히 리스크 상황이 닥쳐올 경우, 좌초자산(stranded asset·버려진 자산) 및 관련 자본지출이 여전히 높다고 밝히고 있다. 25개 기업의 약 30~40%의 설비투자비용(Capex)은 2˚C 미만 경로에서 건질 수 없으며, 2019년에 승인된 600억달러(65조원) 가량의 15개의 관련 프로젝트는 1.65~1.8˚C 지속가능 개발 시나리오(SDS)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추정했다.
유럽의 석유·가스기업들은 (좌초자산의) 손실 가격, 온실가스 배출계획, 자본비용 노출 등을 평가했을 때 미국 기업에 비해서는 훨씬 더 낫다고 평가됐다.
보고서는 “기후관련 공시제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석유 및 가스 분야의 현재 온실가스 배출 궤적은 지구 온난화 시나리오의 재앙을 피하기에는 불충분하다”며 “투자자들은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이들 기업이 어떻게 급격히 탈탄소화할 수 있을지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주주관여활동은 2017년 6월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와 PRI가 주축이 돼 진행됐고, 이들과 함께 PKA(덴마크 최대 퇴직연금), PGGM(네덜란드 연기금), AP7(스웨덴 연기금), FRR(프랑스 정부연기금), LGIM(영국 최대자산운용사) 등이 파트너십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69개의 정유 및 가스기업들의 지구 온난화 시나리오별 리스크 노출 등을 분석하고, 이중 가장 노출 비율이 높은 25개 기업을 선정했다. 잠재적인 좌초자산이 가장 많은 기업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 이들은 클라이밋 액션(Climate Action) 100+의 목표를 강화하도록 주주관여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5개 기업은 다음과 같다.
Apache, BP, Cabot Oil & Gas, Canadian Natural Resources Limited, Cenovus, Chevron, Crescent Point, EQT, Exxon Mobil, Galp, Gazprom, Husky, Imperial Oil, Lundin, Oil Search, Origin, Petrobras, Repsol, Rosneft, Royal Dutch Shell, Santos, Sasol, Suncor, Total, Wood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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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ate Action 100+ 및 넷제로 기업 벤치마크(Net-Zero Company Benchmark)
클라이밋 액션 100+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GHG) 배출기업들이 기후변화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기 위한 글로벌 투자 이니셔티브로, 지난 2017년 12월 출범했다. 47조 달러(5경2499조원)를 관리하는 500여 명의 투자자들이 160여 개 기업을 참여시키고 있다.
클라이밋 액션 100+ Net-Zero Company Benchmark(2021년 출시 예정)는 전문성 있는 연구기관 11곳과 협력해, 어떤 기업이 넷제로 전환을 주도하는지 분석할 계획이다. 이들은 비전, 목표, 전략, 자본 재배치, 기후 정책지원, 거버넌스(지배구조), 전환계획, 보고(공시) 등 다양한 측면을 분석·평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