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영석유회사 애니, "재생에너지를 경영전략 핵심으로 두겠다" 발표
M&A 추진, 재생에너지 구매 등으로 2050년까지 최대 55GW 구축
이탈리아 국영 석유회사 애니(Eni)는 유럽, 미국, 태평양 지역에 재생에너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사업 투자에 본격 나섰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자체 용량을 최대 55GW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녹색 산업 개발, 재생에너지 구매, 소규모 M&A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애니는 재생에너지를 새로운 경영 전략의 핵심으로 두고 '녹색 산업(green field)' 신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는 기업 및 산업 고객이나 지역 그리드(Grid)에 판매할 목적으로 재생 에너지를 생성하는 사업이다. 재생에너지 자체 용량을 2019년 0.2GW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15GW, 2050년까지 55GW를 순차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애니 CFO(최고재무책임자) 마시모 몬다찌(Massimo Mondazzi)는 “203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규모 M&A을 추진하고 녹색 산업을 개발하며 앞으로 몇 달 이내에 새로운 녹색 산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초 신설된 에너지 발전부서의 책임자로 임명되어 바이오정제, 수소와 같은 재생 에너지와 청정 에너지 사업을 맡고 있다.
현재 애니의 재생에너지 용량은 350MW에 불과하지만 소규모 녹색 산업 프로젝트를 인수해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국 도거 뱅크(Dogger Bank)가 영국 해안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서 해상풍속 에너지 용량 2.4 GW의 20%를 구입하기 위해 5억4000달러(5861억 7000만 원)를 투자했다.
2019년 12월 미국의 공동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위해 팔크(Falck) 재생에너지와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태양광 발전, 육해상 풍력 및 저장 분야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발 및 건설하고 자금 조달을 마련할 예정이다. 2020년 8월 미국에서 건설 중인 62 MW의 풍력 및 태양열 발전소와 최대 160 MW의 풍력 프로젝트를 인수하기로 추가 합의를 맺었다. 지난 11월에는 30M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도 함께 인수했다.
애니는 홈페이지를 통해 "재생에너지 기반 공장이 가공되면 연간 9만30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며 "가정과 산업에 재생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역 전력회사에도 녹색 에너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 분석가들은 "재생에너지가 이미 고가로 판매되고 있어 높은 퀄리티의 재생에너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10월 석유기업 토탈(Total) CEO는 "신재생에너지 인수합병(M&A) 시장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토탈은 "가스 기반 에너지 자산을 판매하고 있는 호주 태양광 발전 사업을 자사의 성장 플랫폼으로 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마시모 CFO는 "녹색 사업에 대한 상환 기간이 석유와 가스보다 더 길지만 자본 집약도는 훨씬 낮다"면서도 "석유 등의 좌초자산 리스크에 함께 노출되어 있어 재생에너지 자산 개발에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에니의 현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은 배럴당 약 50달러로, 2035년까지 총 자산의 94%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애니는 2030년 기업 자본금의 25%를 청정에너지에 할당하기로 결정해 재생에너지 개발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마시모 CFO는 "2025년 이후에는 석유생산이 줄고 가스는 고갈될 것"이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데 전체 투자의 50%를 투입해 자체 에너지를 구축하고 여러 국가에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