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ESG이슈】 '기후변화 대응하라' 주주총회에선 어떤 일이?

2020-12-11     박지영 junior editor

행동주의 투자(activist investment)인 엔진넘버원(Engine No. 1)은 “친환경 에너지 트렌드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라”며 엑슨모빌에 서한을 보냈다고 CNBC가 보도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에너지업계에 기후변화 관련 주주 결의안은 작년 75건으로, 2013년 17건에 비해 약 4배가 넘게 증가했다.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인 에너지업계에 월가 투자자들의 대책 요구가 거세지는 것이다. 

엔진넘버원은 엑슨모빌 이사회에 “풍력기업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전문가 등 신규 이사 네 명을 선임하라”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10명으로 구성된 엑슨모빌 이사진 중 40%를 교체하라는 요구다. 엔진넘버원은 “엑슨모빌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위해 더 나은 포지션을 구축해야 한다”며 새 에너지 트렌드에 맞춰 신재생에너지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낡은 경영전략으로 실적이 연일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근거였다. 지난 10년간 배당금을 포함한 총 주주 수익률은 S&P 500의 277%에 비해 마이너스 20%를 기록했다. 또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 중 14%만이 매수하라고 평가했다”며 엑슨모빌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엑손모빌 주가는 저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하락, 코로나19 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에너지 부문 동종업계에서도 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엔진넘버원은 엑슨모빌에 석유 시추 등 수익이 하락세인 사업에 지출을 줄여 배당금을 보전하라고도 요구했다. 엔진넘버원이 엑손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석유 탐사 및 생산에 투자한 자본 수익률은 최고 35%에서 최근 6%로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2017년 이후 석유 시추 프로젝트에 25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2020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80억 달러에 불과한 점을 지적했다. 엔진넘버원 관계자는 CNBC에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와 거리를 두고 있다”며 “수십 년 안에 망해버릴지 모르는 (엑슨모빌 같은) 기업의 사업 방향을 바꾸는 게 장기 목표”라고 설명했다. 

엑슨모빌은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투자자들의 건의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2017년 지수펀드 상위 3개사는 엑손모빌에 “기후계획 보고서를 의무화하자”고 제안했지만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엔진넘버원은 미국 2위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의 지지를 얻어 중장기적으로 압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은 엑슨모빌 주식을 3억달러 가량 가지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에게도 서한을 보내 조력을 요청하는 등 투자자 연합을 더 키울 방침이다.

엑슨모빌 뿐 아니라 BP, 쉘 등 석유기업들에 대해서도 주주 행동주의가 거세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작년 에너지업계 주주총회 시즌에서 나온 기후변화 대응 관련 주주결의안은 75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2013년엔 17건에 불과했다. 당시만 해도 환경단체 등을 위주로 ESG 전략 요구가 나왔지만 지금은 기관투자가들이 앞장서고 있는 추세다. 세계 각국이 저탄소 정책을 펴고 있어 ESG 전략 부재가 실질적인 경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주요 인덱스펀드 운용 그룹인 블랙록과 뱅가드 등도 기후변화 대응 기준을 투자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달 말엔 영국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크리스 혼 TCI헤지펀드 창립자가 미국·유럽 기업 수백 곳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 관련 계획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고 감축 계획을 매년 공시하라는 요구다.

작년엔 기후행동 100+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로열더치셸에 기후변화 대응책을 강력히 요구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다. 로열더치셸은 이후 재생에너지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거대 광산기업 글렌코어도 투자자들의 압박에 석탄 생산 상한을 두기로 했다. 공급을 제한해 석탄 가격을 떠받치면서 탄소 배출량도 줄이겠다는 설명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엔 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한 ESG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