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5개 중 4개기업, "임원 인센티브에 ESG 성과 반영"
한국에서 기업들의 성과지표는 주로 주가수익률, 총자산이익률 등이 사용됐다. 기업이라면 응당 경제적 이익을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경영의 기본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기업도 사회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업시민' 이념이 새롭게 떠오르면서 임원 보상 기준에 ESG를 포함해야 한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자문회사 윌리스 타워스 왓슨(Willis Towers Watson)에 따르면, 팬데믹의 대유행으로 촉발된 경제적 불확실성과 인종차별 등 각종 사회적 문제들이 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면서 ESG를 경영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9월 북미·유럽·아시아·아프리카·중동 지역 168개 기관의 이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개 기업 중 4개 기업이 “향후 3년 내 임원 인센티브 책정에 ESG 요소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응답자의 78%는 임원의 인센티브를 책정할 때 ESG 요소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41%는 향후 3년간 장기 인센티브 계획에, 37%는 연간 인센티브 계획에 ESG 요소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WTW 샤이 가누(Shai Ganu) 글로벌 경영진 보상 책임자는 “ESG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과 지속가능 투자가 증가하면서 기업들도 경영진 보상 계획과 ESG 우선순위, 특히 기후변화 대응, 이사회 다양성, 인적자본 거버넌스와 ESG 연계성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평했다.
ESG가 재무적 성과로도 이어진다고 인식하는 이사들도 많았다. 80% 이상의 기업이 “ESG는 향후 재무 성과를 높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ESG를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말했다. WTW 라이언 레쉬(Ryan Resch) 경영진 보상 이사는 “ESG를 단순히 착하고, 옳은 일로 보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가치 창출 전략과 관련 있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마케팅 관점에서 ESG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ESG를 경영의 뿌리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진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해서 ▲ESG 목표 설정(52%) ▲ESG 성과 측정(48%) ▲ESG 성과 정의(47%)를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30%는 ESG를 임원 성과에 반영하는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임원의 역할을 새롭게 규정했으며, ESG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직책을 파악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20%는 향후 3년 이내에 공정한 인센티브 지급을 위해 보상 위원회 감독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조사결과 대부분의 기업이 ESG 목표는 세웠지만, 경영전략에 통합시킨 기업은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84%는 ESG 실현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고, 81%는 ESG 목표 중 우선순위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경영 전략에 ESG 요소를 통합한 기업은 4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ESG의 중요성은 인식한 반면, 이를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거나 공급망 전반에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등 구체적인 통합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WTW는 “ESG 목표와 결과는 회사 평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ESG를 다뤄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경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응이 더딜 경우 대중의 비판을 한 몸에 받을 수 있고, 비판이 곧 기업 평판과 재무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ESG 의제와 경영 성과는 직결되기 때문에, 경영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사회가 ESG 의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170명의 이사들은 WTW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ESG 목표가 임원 인센티브 계획에 포함되는 편이 좋다고 답했다. 특히 오너 경영 기업은 단기 성과와 분기별 실적 보고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으로 ESG를 경영에 도입하기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반면 몇몇 이사들은 ESG는 지향점이지 성과(KPI)가 아니라며 이에 보상을 해줘선 안 된다고 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지향점으로 삼아야 할 목표가 단기적인 성과로 측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ESG가 경영에 도입되는 것”이라며 “당장의 목표와 숫자로만 경영진에게 보상을 해주면 그린워싱의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WTW는 “ESG를 구성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기에 코끼리(Elephant)와도 같지만, 사회적 문제보다 환경 문제에 더 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에는 전반적으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기업이 속한 국가별, 권역별 문화와 대두되는 사회 문제가 다르기에 일괄적으로 ESG 기준을 적용할 순 없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측정하기 쉬운 환경 문제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공감했다는 것이다. WTW는 “각 기업이 처한 현실에 맞게, 대표이사 이상이 ESG 의제를 추진하는 게 알맞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