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재무정보, '표준화' 시급하다... 기준도 중구난방

2020-12-16     박지영 junior editor

 

한국공인회계사회는 15일 ‘비재무보고 동향과 대응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기업, 회계업계, 정책당국 등 각계 전문가들은 “블랙스완(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을 겪은 기업들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비재무보고는 기업의 ESG 활동을 고려, 기업의 성과를 측정해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사업본부장은 “2013년 이후 ESG 보고서를 발간하는 국내 상장법인은 약 80개사 내외로 정체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 회계·컨설팅법인 KPMG가 52개국 국가별 매출 1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발간율이 90%를 넘는 국가는 일본,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 14개국이었고 한국은 78%로 명단에 끼지 못했다. 윤 본부장은 “현재 ESG 공시 규정으로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환경부 등 다수 규정이 산재돼 있고, 중복돼 기업 입장에서도 공시 부담을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 측면에서 투자 풀이 제약돼 있고 기업마다 자율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하다 보니 정보의 범위와 품질이 달라 평가의 정확성을 저해한다”고 짚었다.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김정남 삼정KPMG 전략컨설팅본부 상무 역시 “비재무보고의 양보다는 정보의 품질 위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어떤 항목을 공시하라고 나열하는데 그치기보다는 시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로 나아갈지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비재무 공개기준 표준화 △3자 주체(기업·당국·회계사)의 공동 대응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과 연계 등을 방안으로 내놨다. 윤 본부장은 특히 “산업별, 특정 이슈별로 요구되는 지표들이 다르다”며 비재무 공개기준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 투자자, 회계업계 등 각계 대표주자들은 비재무보고에 있어 ‘표준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기업 대표로 토론에 참여한 강동수 SK SUPEX추구협의회 부사장은 “기업들에도 ESG 투자에 따른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ESG 가치를 화폐화해 측정하고 이것이 주가에 반영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관 투자계 대표로 참석한 국민연금은 독자적으로 구축해 활용하고 있는 ESG 평가체계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지 고민하고 있다. 이동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장 직무대리는 “ESG 평가등급을 어느 자산군부터 적용할 것인지가 고민”이라며 “국내주식과 위탁자산 중 책임투자형 펀드부터 시작했는데 앞으로는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산군에 적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ESG 평가에서 지배구조와 달리 환경, 사회 두 분야의 빅데이터 입수율은 절반도 안 된다”며 “ESG 요소가 투자 수익률과 연결되는지, 또 정보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한계도 지적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할 인력이 부족하고, 외부컨설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대응책도 나왔다. 김선문 금융위원회 기업회계팀장은 “책임투자 기반 조성 등 공시제도종합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