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 월마트, 테스코 등 163개 식품 업체들... "브라질 세라도 콩 문제를 해결하라"

2020-12-17     김환이 editor
163개 소비재 기업들은 식품 및 사료 원자재 공급업자들에게 삼림파괴를 직간접적으로 일으키는 콩 공급 거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픽사베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네슬레, 테스코, 월마트, 유니레버, 맥도날드 등 거대 식품기업들은 공급업체들에게 브라질 세라도(Cerrado)에서 삼림 벌채를 야기하는 콩 거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세라도 지원 성명서’에 가입한 163개 유럽 및 미국 소비재 기업들은 지난 11월 성명을 통해 카길, 글렌코어, 아처대니얼스 미들랜드(ADM), 글렌코어의 자회사인 비에트라(Viterra) 등 식품 및 사료 원자재 공급업자들에게 삼림 파괴를 직간접적으로 일으키는 콩 공급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6개 공급사 중 5개 업체는 이 요청에 응답을 표했지만 '개간이나 토종식물 개량을 중단하는 마감기한을 정하라'는 세부 요청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다.

브라질은 동물 사료와 식용유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오일씨드(oilseed)의 세계 1위 수출국가다.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사바나(savanna)인 세라도는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전체 콩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세라도의 자연 초목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콩 재배와 공급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해수면 상승, 야생동물 멸종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환경 단체 및 다국적기업들이 세라도 경작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브라질 법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되었다. 브라질 법은 농부들이 20-35%의 숲만 그대로 보존해야 하고 나머지는 산림 개간 혹은 토종 식물의 개량을 허용하고 있다. 즉, 전체 토지의 65%에서 80%까지 산림 벌채를 허용한다는 뜻이며, 아마존에서 산지 80%를 보호해야 하는 규정과 확연히 대조적이다. 이는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루소나루(Jair Bolsonaro)가 환경 보존보다는 농업 등 경제적 이득을 최우선으로 두었기 때문이다.

브라질식물성유산업협회(Abiove)에 가입한 브라질 콩 가공 단체들은 세라도의 삼림 벌채를 중단하는 요청을 거부했다. 협회장 안드레 나살(Andrea Nasal)은 이 요청이 “브라질 법을 준수하는 농부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며 “유럽 기업들이 초원지대에서 콩을 구매하고 싶지 않아도 생산자들에게 콩 재배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세라도 지역에 콩 생산 중단 

일부 공급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압력과 기후변화 관련 규제로 인해 현지 농부들에게 지속 가능한 관행을 채택하도록 장려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테스코의 환경 책임자인 앤나 터렐(Anna Turrell)은 "우리는 콩 생산 및 거래업체들에게 이 약속을 실천하도록 하고, 현지에서 강력한 감시, 검증, 보고 시스템을 시행할 것”이며 “2020년 세라도에서 벌채를 중단하는 마감기한을 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스코는 지난 해 세라도 지역의 콩 생산으로 인한 삼림 벌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00만 파운드(147억 4650만 원)를 지원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카길이 2020년까지 공급망에서 삼림 벌채를 제거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카길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세라도의 삼림 벌채와 토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보호구역에서 토지를 불법 개간하는 농부들로부터 콩을 공급받지 않을 것이며, 우리 공급자들에게도 이를 시행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주 노르웨이의 연어 생산업체인 브렘네스 시쇼어(Bremnes Seashore)는 "브라질산 콩을 어류 사료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해산물 공급업체 그리그(Greig)는 "농부들이 자신의 농지를 개간하지 않는 것에 대해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그는 1억1450만 달러(1249억1950만 원) 녹색 채권을 발행했으며, 이 채권의 수익금은 "브라질산 콩 공급을 위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했다.

ADM 대변인은 "위성 기술을 활용해 엄격한 삼림 벌채 금지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며,  농산품 제공업체 번지(Bunge)는 "불법적으로 삼림 벌채된 지역에서 콩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모든 공급망에서 삼림 벌채를 없애겠다는 약속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렌코어, 코프코, 루이 드레이퍼스 등 일부 업체들은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