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 이사회는 다양해지는데... 국내 기업 ‘요지부동’

2020-12-18     박지영 junior editor

20년만에 처음으로 모든 S&P 500에 상장한 기업이 최소 한 명의 여성이사를 보유하게 됐다. CNBC에 따르면 2020년 S&P 500 기업에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413명 가운데 59%가 여성과 소수자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S&P 500 기업의 모든 이사회에 처음으로 1명 이상의 여성이 참여하게 됐다. S&P 500 지수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대기업 500개사로 구성된 지수다. 반면 국내 코스피 상장사들의 여성 이사는 비율은 여전히 한 자릿대에 머물러 있었다.

경영 자문업체인 스펜서 스튜어트는 1998년부터 이사회 다양성을 조사해왔다. 올해 이사회에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413명 중 여성 사외이사는 47%로 역대 최고치다. 또한 S&P500 기업 이사회의 여성 이사 비율은 지난해 26%에서 28%로 상승했다.

그러나 흑인·아시아인·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인 신규 사외이사는 22%에 그쳐 지난해 23%보다 낮아졌다. 특히 소수자 중 여성 이사는 신규 사외이사의 10%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소수자 남성들은 지난해 13%에서 올해는 12%로 소폭 감소했다.

스펜서 스튜어트는 올해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은 진전을 해왔으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인종 다양성의 중요성이 부각된 만큼 기업들이 앞으로 소수 인종 출신 이사 증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S&P 500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5%가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에 다양성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는 이사회 다양성이 기업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20년 맥킨지 보고서 ‘Diversity wins: How inclusion matters’에 따르면 성별 다양성 상위 25% 기업은 하위 25% 기업보다 큰 수익을 낼 가능성이 25%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사회 다양성이 충족될수록, 재무적 성과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은 2014년 15%에서 2017년 21%, 2019년 25%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맥킨지 보고서 발췌. 재무적 성과 초과 가능성은 2014년 15%에서 2017년 21%, 2019년 25%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또한 여성과 소수자 등이 경영진을 대표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성이 높은 기업은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여성 임원을 30% 이상 보유한 기업은 여성 임원을 10% 보유한 기업에 비해 48%나 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2018년에 발표한 ‘HOW DIVERSE LEADERSHIP TEAMS BOOST INNOVATION’도 다양한 이사들이 재직하고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19% 더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혁신과 재무성과가 유의미하게 개선된다는 지적이다. 하버드 로스쿨 기업지배구조 포럼도 2020년 ‘Maximizing the Benefits of Board Diversity’ 보고서에서 “다양성을 개선하면 의사결정을 유의미하게(meaningfully) 향상시켜 실적이 부진한 기업도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의 경우 이사회 다양성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임팩트온이 코스피 상장사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이사 비율을 조사한 결과, 작년 기준 전체이사 5203명 중 여성이사는 140명으로 2.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임원의 경우 3.4%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여성임원이 한 명이라도 있는 기업은 67곳으로 밝혀졌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가 코스피 500대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기업 성평등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 고위직 내 젠더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44%에 그쳤다. 세계적인 흐름은 젠더 다양성을 넘어 소수자 다양성까지 확장되고 있는데 반해, 국내 기업의 다양성 인식 수준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사에서 소개된 보고서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맥킨지 보고서 ‘Diversity wins: How inclusion matters' 

https://www.mckinsey.com/featured-insights/diversity-and-inclusion/diversity-wins-how-inclusion-matters# 

▲보스턴 컨설팅 그룹 ‘HOW DIVERSE LEADERSHIP TEAMS BOOST INNOVATION’ 

https://www.bcg.com/publications/2018/how-diverse-leadership-teams-boost-innovation

▲하버드 로스쿨 기업지배구조 포럼 ‘Maximizing the Benefits of Board Diversity’  

https://corpgov.law.harvard.edu/2020/07/14/maximizing-the-benefits-of-board-diversity-lessons-learned-from-activist-inves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