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연료비 연동분 반영키로... PPA는 언제쯤?

2020-12-21     박지영 junior editor

내년 1월부터 연료비 변동분이 반영되도록 전기요금 체계가 개편된다. 또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에 따른 추가 비용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배출권거래제 비용을 분리 고지해 소비자에게 탄소 배출 감축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17일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LNG·석탄의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식이다. 연료비 변동분은 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실적연료비)에서 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기준연료비)를 빼서 계산된다. 연료비는 관세청이 고시하는 LNG·석탄·유류의 무역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당장 1월부터 연료비 변동분이 적용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올해 하반기 유가가 반영돼 요금이 인하될 전망이다. 한전에 따르면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될 시 내년 1분기 기업의 전기요금은 월 최대 2만8000원이 저렴해질 수 있다. 내년 2분기에는 월 최대 4만6000원이 줄어든다. 1분기에는 기존보다 킬로와트시(kWh)당 3원 인하, 2분기는 5원이 인하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후 유가가 상승하면 전기요금도 함께 상승될 수 있다. 전기요금 상승 시점은 내후년으로 점쳐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2020 석유 콘퍼런스’에서 “내년 국제유가는 올해보다 6~7달러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가 크게 뛰어 전기요금이 많이 오르면, 철강을 비롯한 반도체, 석유화학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제조업 기업들에게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이런 우려를 고려해 정부는 보호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먼저 기준연료비가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조정 요금을 직전 요금 대비 ㎾h당 3원까지만 인상·인하하도록 하고, 상·하한을 5원으로 뒀다. 특히 유가가 급상승하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정부가 요금 조정을 유보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한다는 계획이다.

기후·환경요금도 분리부과 된다. 기존에 한전이 부담하고 있던 기후·환경요금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이행비용(RPS)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비용(ETS)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등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비용이다. 현재는 각각 킬로와트시(kWh)당 4.5원, 0.5원, 0.3원으로 계산된다. 지난해 RPS 정책에 따라 사용한 비용은 1조6000억원, ETS로는 8000억원을 지출했다. 산업부는 석탄발전 감축 비용까지 더해 전체 전기요금의 약 4.9%가 환경 비용이라고 보고 있다.

원칙적으로 이 비용은 소비자에게 부과해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한전이 부담하고 있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후환경비용은 추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나 배출권 비용 증가 추세에 따라서 어느 정도 올리는 게 합리적일지 생각하고 있다”며 “아주 급격하게 올라가지는 않도록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상승이 점쳐지면서, 정부의 이번 발표는 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간접적인 시그널로 읽힌다. 산업부는 “전기요금 체계개편으로 친환경 에너지 확산에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선 ▲녹색요금제 ▲전력거래계약 ▲REC 거래 등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지만, 아직 가닥 잡힌 것은 없다. 공공기관들은 탄소 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제3자전력구매계약(PPA)에 지분 참여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도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전 산업부문으로 확대하기 위해선 논의가 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