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왕’도 화석연료 투자 않는데... 우물쭈물 국내 자산운용사들

2020-12-23     박지영 junior editor

‘석유 왕’ 록펠러 설립한 재단, ‘화석연료’와 영원히 이별 선언

미국 역사상 최대 갑부인 석유 재벌 록펠러. 록펠러는 30세에 스탠다드 오일을 설립하면서 미국 최대 갑부에 올라설 수 있었다. 세계적인 정유회사인 엑손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등은 1911년 반독점법의 규제로 스탠다드 오일에서 분할된 회사들이다. 록펠러는 이후 은퇴하고 록펠러 재단을 설립하게 된다. 록펠러 재단은 50억달러(약5조5427억원)의 기부금은 운용하고 있다.

석유에서 얻은 수익으로 출범할 수 있었던 록펠러 재단은 최근 공식적으로 화석연료 투자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록펠러 재단 라지브 샤 대표는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는 우리의 희망이자 열망"이라면서 "화석 연료는 이제 우리 경제와 경제 성장 장기적 측면에서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미래에 해를 끼치기 때문에 이 분야의 투자는 상당히 빠르게 제로(0)에 도달할 것이며 태양광 발전 같은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록펠러 재단의 이번 발표는 2260억달러를 굴리는 뉴욕주 연기금이 “5년 내 화석 연료 투자를 끝낼 것이며 오는 2040년까지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몇 주 후 나왔다.

록펠러 재단은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회사에 투자금을 2014년 이후 꾸준히 줄여왔다. 현재 록펠러 재단에 남은 화석연료 기업들은 50억달러의 2% 수준이다. 록펠러 재단의 발표에 따르면, 이를 1%미만으로 절반 이상 축소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로 화석연료에 투자를 하지 말자는 투자자들의 압력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의 증가와 맞물려 화석연료 퇴출 운동은 탄력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인 350.org에 따르면 14조500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1300개 이상의 기관들은 화석연료와 완전히 결별했다고 알려졌다. 미국에서 가장 큰 투자사인 레이몬드 제임스(Raymond James)에 따르면, 올해 8월 총 18조 달러가 화석연료에서 빠져 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 20억달러, 2015년 3조달러에 비해 엄청난 증가세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여전히 ‘머뭇머뭇’, 10개만이 화석연료 투자 중단

기후솔루션, 녹색연합 등 24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 탈석탄 공동캠페인 ‘석탄을 넘어서'에 따르면, 채권 투자 규모 상위 30개 자산운용사 중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답한 운용사는 10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이다.

파란색은 투자의사가 없다고 밝힌 자산운용사들.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현대인베스트자산운용 ▲IBK자산운용 ▲VI자산운용 ▲DWS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

석탄을 넘어서는 삼척블루파워에서 발행하는 회사채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다. 삼척 석탄화력 발전소는 총 4조900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약 1조 원이 조달되지 않은 채 지난해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시작 이후 사업비 추가 조달을 위해 총 3회에 걸쳐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앞으로 3년 동안 8000억 원 정도의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3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서한에 응답하지 않거나 답변 공개가 어렵다고 밝힌 자산운용사도 있었다.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자산운용사에 자산을 위탁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생명보험사 등의 기관투자자도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히 삼척블루파워의 경우 국내에 더는 석탄화력발전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이 없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는데, 자산운용사들은 여기에도 명확한 원칙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금조달을 원천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자산운용사들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