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북극 석유 탐사 중단하라"는 그린피스 소송 4년째, 결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대법원은 환경단체가 노르웨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북극 석유 탐사 중단’ 소송에 대해 최종 기각 판결을 내렸다.
노르웨이 그린피스와 지구의 젊은 친구들(Young Friends of the Earth)은 2016년 “노르웨이 정부가 바렌츠 해에서 10건의 석유 탐사 면허 허가를 내준 것은 헌법 112조에 따른 위법한 결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파리협정에 따른 기후 대응 목표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 정부가 화석 연료를 계속 생산한 것을 두고 "환경에 유해한 활동을 중단하라"며 낸 법정 소송은 지난 4년 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1심과 2심에서 환경단체들의 연이은 패소 이후, 항소가 제기됐지만 대법원 판결에서도 11대 4의 표결로 대법원은 끝내 단체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 52만 명이 환경단체의 입장을 지지했지만 이번 판결은 "글로벌 환경운동가들에게 큰 실망과 심지어 분노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법원은 “정부가 기후와 환경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헌법 112조를 위반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헌법 112조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건강에 이롭고 생산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자연환경을 가질 권리가 있으며, 다음 세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어 “석유 탐사 허가는 생명이나 신체 건강에 실질적인 위험성을 보이지 않아 유럽 인권 협약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며 이들의 주장을 기각시켰다.
노르웨이는 "2030년까지 기후중립국이 될 것"이며 "202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친환경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약 1조달러 기금을 운용하는 노르웨이 연기금인 일명 '석유 펀드'를 석유와 가스로 수익을 창출하거나 환경에 유해한 기업에는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1인당 전기자동차 사용률도 노르웨이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의 친환경 이미지와 달리 노르웨이는 전 세계 원유 수요의 약 2%를 차지하며, 하루 약 17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전 세계 15위 석유 생산국이다. 지난해 국가 수출액 중 47%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차지했다.
2016년 당시 노르웨이 정부는 에퀴노르, 세보레, 코노코필립스, 루크 오일 등 13개 석유개발업체들에게 석유 탐사를 허용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인 83건에 달하는 원유 생산 허가를 내준 데다 석유 탐사 지역을 신규 57개 지역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석유국(Norwegian Petroleum Directorate)은 바렌츠해의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이 200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 단체들은 “대구, 왕게 등 해양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 석유를 탐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헌법과 유럽인권협약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52만 명 이상이 이들 단체의 서명 캠페인에 동참해 북극 석유 시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제기했다.
그린피스 노르웨이 책임자인 프로드 플레임(Frode Pleym)은 “북극 석유 탐사는 비용이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기름이 유출된 곳을 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노르웨이 정부가 자국의 산업 구조를 친환경 선언에 따라 빠른 시일 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여전히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반박을 제기하고 있다. 석유 탐사 중단 시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일자리'다. 새로운 석유∙천연가스 탐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덴마크에선 총 4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노르웨이는 덴마크에 비해 석유 매장량이 15배 이상인 만큼 석유 탐사를 중단하면 그 이상으로 사회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석유 산업 종사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미칠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석유 산업이 중동 등 다른 산유국에 비해 큰 편이 아닐 뿐더라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미완성 단계여서 석유 사용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린피스 포르도 대표는 "정부가 환경에 해로운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지켜볼 수 없다"며 "이를 막기 위해 유럽 인권 재판소에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