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으로서 ESG 경영의 핵심은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따로 또 같이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ESG의 세가지 구성요소 각각에 대해서 기업들이 느끼는 중대성 혹은 압박감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경쟁하고 있는 산업의 특성이 다르고, 동일 산업내에서도 추구하는 비즈니스모델이 기업마다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E)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ESG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가 환경(E)이었고, 세부적으로는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대응으로 나타났다. 

정부차원의 움직임도 환경(E)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후변화를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며 실존적 위협으로 판단한 바이든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정책과제로 설정하였고 그 일환으로 $2조 투자를 통해 2050년까지 net-zero의 달성을 천명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도 탄소중립대책과 관련된 후속조치 마련을 위해 각 부처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ESG 구성요소 중에서 왜 환경(E)이 사회(S)나 지배구조(G)보다 더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었을까? 그 이유는 환경(E)이 지니고 있는 파급력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엔론은 한때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었다. 하지만 2001년 회계 부정이 들통나면서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고, 엔론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거대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이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2019년 10월 평균 주가 $1,776에서 2020년 9월초 $3,552까지 치솟은 아마존은 코로나 때문에 오히려 혜택을 본 기업이다. 하지만 코로나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는 조치에 대한 여러가지 불만이 표출되면서, 결국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 두 기업의 사례는 ESG경영 중에서 각각 지배구조(G) 및 사회(S)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엔론 파산으로 미국에서만 4천5백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아마존 사태는 창고 직원들의 코로나 양성판정과 사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안타까운 사건은 해당 기업만의 이슈로 기억되고 시간이 지나면 점차 잊혀질 수도 있다. 

반면에 환경(E)과 관련된 이슈들, 예를 들어 기후 변화, 대기 오염, 오존층 파괴는 특정회사나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이슈이며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재계, 학계, 정부단체, 비정부기구의 664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리스크 인식 서베이’를 실시했다. 그 결과, 환경(E)과 직접 연관이 있는 다양한 형태의 리스크는 ‘발생가능성’ 뿐만 아니라 그 ‘파급력’에 있어서도 7대 리스크 중 4개를 차지하였다.  

Source: WEF의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2021) 내용을 바탕으로 자체 정리
Source: WEF의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2021) 내용을 바탕으로 자체 정리

환경(E)의 파급력에 대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도 유사한 판단을 하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피치(Fitch Rating)는 ESG 취약성과 관련된 산업별 중장기 위험도를 분석하여 결과를 발표했다. 석유·가스업종의 경우 ESG 노출에 따른 위험성은 계속 증가하여 2050년에는 존폐 위기를 걱정할 정도에 이르게 된다. 그 예측이 현실이 된다면, 사회(S)나 지배구조(G)에 취약한 것이 아니라 환경(E) 때문일 것이다.    

환경(E)이 촉발하고 있는 이런 위험에 대해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엑슨모빌(Exxon Mobil)과 로얄더치쉘(Shell)은 이 시대 석유 사업의 두 선두주자들이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작년 한 해 40%를 넘는 주가 하락을 겪으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사 안팍의 우려에 직면하고 있다. 같은 시대, 같은 산업에서 경쟁하면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두 기업의 전략적 선택은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엑손모빌은 앞으로도 수 십년동안 여전히 방대한 화석연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할 계획이다. 따라서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보다는 탄소배출을 낮추는 탄소의 포집·이용·저장 (Carbon capture, use, and storage: CCUS) 기술의 개발에 2025년까지 $30억을 투자하기로 했다.

반면 로얄더치쉘은 이미 정점을 찍은 자사의 석유 생산량을 향후 연간 1~2%, 디젤과 가솔린 등은 향후 10년내 55%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이렇듯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시키는 대신, 전력공급업체, 배터리 회사 등의 인수를 통해 재생에너지로 사업모델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Source: 두 회사의 홈페이지 및 관련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자체 정리
Source: 두 회사의 홈페이지 및 관련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자체 정리

이렇듯 기업들은 다양한 장단기 전략 수립 및 실천을 통해 환경(E)이 촉발하고 있는 외부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 기업의 내부역량이다. 뉴욕대학교의 스턴 지속가능경영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188명의 Fortune 100 이사들 중 다수(21%)가 사회(S) 관련 전문성이 있지만, 환경(E)에 대한 전문성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에게 중대성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기후(climate)나 물(water)에 대해 관련 경험 및 역량을 갖춘 이사의 숫자는 각각 5명과 2명에 불과했다. 이사회가 기후변화 분야의 과학자로 구성되어 있지 않더라도, 기후변화가 지니는 전략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연구결과는 강조하였다.  

ESG인재 영입, ESG위원회 신설을 거쳐 이제 우리 기업들은 ESG 전문성을 고려한 이사회 구성에 여념이 없다. 이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견해를 파악하고 대변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장단기 전략에 내재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환경(E)이 촉발한 광풍의 ESG시대에 이사회 구성원들의 전문성에 모든 이해관계자가 관심을 두는 이유다. 

 

※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이재혁 교수는 고려대에서 사회적기업센터 소장, 지속가능경영 연구그룹장, 중남미연구소 위원을 맡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책임 투자분과) 위원,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기업지배구조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지속경제사회개발원 창립 멤버 및 KOTRA 글로벌 CSR사업 심의위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민관합동 T/F위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연구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평가(ESG),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가능발전목표(SDG), 경영전략 및 글로벌전략을 포함한 여러 관심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및 저술 활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경영학 분야 최고권위의 국제학술지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JIBS)를 포함 다수의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한국국제경영학회 최우수 해외논문상을 수상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CSR을 넘어 SDG로, 기업 지속가능성을 높여라', 'The Role of Corporate Sustainability in Asia Development: A Case Study Handbook', 'Green Leadership in China: Management Strategies from China’s Most Responsible Companies', '현대기아차 중국 마케팅 사례', '경영교육 환경의 현황과 시사점' 등이 있다. 
중국 내 다국적 기업과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CSR Ranking을 조사 분석해, 그 결과를 에 발표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시가총액 상위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 실태 조사를 위한 ESG 지표개발 및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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