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지속가능성, 저탄소 등 ESG 라벨이 붙은 30개 이상의 펀드에 속해 있는 포모사 플라스틱에서 살인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주 유엔 인권이사회 진상조사위원회에 따르면, 포모사 공장이 위치한 미시시피강 주변 지역사회에서 암 발병 위험이 미국 전체 평균 대비 95%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ESG 자금이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데 일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엔 인권이사회 진상조사위원회는 포모사 플라스틱의 석유화학 공장이  주변 지역 사람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일으켰다고 밝혔다/픽사베이
유엔 인권이사회 진상조사위원회는 포모사 플라스틱의 석유화학 공장이  주변 지역 사람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일으켰다고 밝혔다/픽사베이

지난주 유엔 인권이사회 진상조사위원회는 대만 플라스틱 제조기업 포모사 플라스틱(Formosa Plastics)의 석유화학 공장이 암, 호흡기 질환 등 주변 지역 사람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공장이 위치한 미시시피강 주변 지역사회에 백만 명 주민 기준으로 최대 105명의 암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선 암, 당뇨병, 호흡기 질환, 공기와 수질 오염, 독성 폐기물로 인한 동식물 파괴 등 다양한 환경 리스크가 발생했다. 대기 오염으로 인한 암 발병 위험은 전국 평균에 비해 95% 높으며,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도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위는 “이러한 형태의 환경 인종차별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거주자들의 평등권, 생명권, 건강권, 적절한 생활권과 문화권 등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며 “한 때 이 땅에서 일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후손들은 석유화학 공장이 야기한 환경오염의 주요 희생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심각한 환경적·사회적 악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포모사 플라스틱은 ESG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ESG, 지속 가능성, 저탄소 등 ESG 라벨이 붙은 30개 이상의 펀드에 속해 있으며, 상장지수 솔라엑티브(Solactive), MSCI 및 FTSE가 발표한 ESG 지수뿐 아니라 ESG 투자자 로베코(Robeco)와 스웨덴 연금 펀드 AP7이 관리하는 ETF 펀드에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노예제도와 식민주의에 뿌리를 둔 아프리카 후손들에게 수세기 동안 가해진 피해를 배상할 것을 촉구한다"며 "기업도 이에 대한 책임으로 실사 과정에서 환경 및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 평가기관·지수기관 모두 나몰라라

각종 ESG 펀드와 ESG 지수에 이름이 오르면서, 포모사는 책임투자 기업으로 브랜딩하고 있다. 문제는 조사위의 결과가 나왔음에도 ESG 투자기관들이 이 기업을 제재하기는커녕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솔라엑티브와 FTSE는 이 논란에 주목했지만 "포모사를 지수에서 배제하지 않겠다"고 결론내렸다. 솔라엑티브의 한 대변인에 따르면 "우리 방법론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알리는 '빨간색' 분류를 받기 위해서는 회사가 국제 표준에 규합하지 않은 지속적이고 심각한 실패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투자 유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ESG 조사 기관인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또한 “포모사의 석유공장 건설은 이미 큰 논란을 일으켰지만 지역사회 관계에 대한 '범주 2'(낮은 위험)와 폐기물 관리에 대한 '범주 3'(중간 위험)에서 자리를 지켰다”며 등급 유지를 결정했다.

 

ESG 워싱에도 자금 몰려

포모사, 문제 지역에 공장 또 짓기로

주민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도 포모사는 미시시피 강에 거대 석유화학단지 증설 계획을 갖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포모사는 94억 달러(10조 6549억 원) 규모의 거대 석유화학단지 건설 계획인 ‘선샤인 프로젝트(Sunshine Project)’를 가동하고, 건설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규제 당국 허가서의 타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현재 보류 중이다. 

이 공장이 위치한 미국 루이지애나주 미시시피강은 90년대부터 ‘암 골목(Cancer Alley)’으로 알려져 있다. 셸, 코흐, 덴카, 듀폰, 엑손모빌 등 석유화학 업체들이 세계 2차 대전 이 지역에 자리를 잡으면서, 150개의 정유공장, 플라스틱 공장, 화학 시설이 들어섰다.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 노예 노동자들의 목숨을 빼앗아 온 역사적인 노예매장지다. 탄소 배출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이 곳에서만 발생하는 연간 이산화탄소 등가(CO2e) 배출량을 합치면 113개국의 배출량을 초과할 수 있다”며 “석유화학단지 개발은 환경 인종차별의 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또 “역사적인 노예매장지로 알려진 이 땅에 사업을 건설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유적지와 문화 공동체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블룸버그는 “공장이 다 지어져 가동을 시작할 때쯤이면 대부분 미국 쇼핑객이 일회용 비닐봉투를 손에 들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전 세계가 플라스틱을 멀리하는 현 시점에서 포모사 공장은 형편없는 투자를 받았다”고 질책했다.

포모사는 미국 뿐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주민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2016년 대만에서 독극물이 유출돼 베트남 중부 4개성에서 어민과 관광업 종사자들이 사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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