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반품으로 인해 매주 13만 개의 물건이 태워진다면, 온라인에서 물건을 쉽게 사겠는가?"

2019년 영국의 ITV 뉴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아마존의 물류 창고에서 9개월 동안 약 300만개의 물건이 태워졌다고 밝혔다. 매주 수천 개의 제품을 땅에 묻고, 이를 태우는 것이다.

영국 ITV 뉴스에 소개된 하루에 태워지는 아마존 반품 물건./ITV 뉴스
영국 ITV 뉴스에 소개된 하루에 태워지는 아마존 반품 물건./ITV 뉴스
13만개의 물건은 트럭에 실려 소각장으로 간다./ITV 뉴스
13만개의 물건은 트럭에 실려 소각장으로 간다./ITV 뉴스

라벨만 떼어낸 거의 새 상품이 태워지는 이유는 반품 때문이다. 리서치 회사 글로벌 데이터의 소매 분석가인 패트릭 오브라이언은 “어떤 제품이 아마존에서 팔리지 않는다면, 그것을 없애기 위해 아마존이 할 수 있는 가장 값싼 선택은 태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팔리지 않는 상품, 또는 반품된 상품을 태우지 않을 경우 오히려 더 많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기에 물류 관리 비용이 비싸진다는 것이다. 

팬데믹으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지난해 아마존의 반품률은 더욱 높아졌다. 미국의 무역협회 중 하나인 전국소매연맹(National Retail Federation)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7610억달러(약 935조8778억원) 상품이 소매업체에 반품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이 국방비로 지출한 7410억달러(약 910조520억원)를 넘어선 규모다.

아마존은 전체 반품 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아마존이 순 판매 수익 4690억 달러(약 577조1514억 원)을 달성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아마존의 반품 수치는 어마어마할것으로 예상된다. 반품 관리업체 옵토로(Optoro)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한 해 동안 보잉 747 항공기 5600대를 꽉 채울 분량에 맞먹는 227만t의 반품 상품이 쓰레기 매립지로 간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많은 반품들이 대부분 매립되면서 어마어마한 쓰레기와 탄소를 내뿜는다는 점이다. 옵토로는 160억톤의 탄소를 배출하고 매년 최대 58억 파운드(약 26억3083만kg)의 매립 쓰레기를 발생한다고 밝혔다.

마크 코헨 컬럼비아 대학의 소비경제학 교수는 "반품은 미친 소비주의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수백억 달러의 폐기물"이라며 "대부분의 경우 상품은 원래대로 되팔 수 없기 때문에 가장 편리한 반품 처리 방법은 반품을 쓰레기 수거통이나 매립지로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멀쩡한 물건을 태우는 아마존의 반품 처리 방식에 언론들이 비판을 하자, 아마존은 “매립지로 보내는 것이 아닌 ‘에너지 회수’를 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헨 교수는 “에너지 회수는 에너지를 회수하기 위해 무언가를 태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상품 처분을 합리화하는 답변일 뿐, 어떻게 반품을 처리하고 있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수익률 개선 위해서도 반품 장벽 높여야 

오프라인 대신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업체는 빠른 배송을 넘어 편리한 반품 정책으로 승부를 내기도 한다. 시장 조사업체 나바(Narvar)가 2018년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96%의 소비자는 좋은 반품 경험이 있는 소매업체를 재방문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69%의 소비자는 반품 배송료를 지불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구매를 주저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마존이 2019년 도입한 무료 반품 서비스 'Try Before You Buy'/아마존
아마존이 2019년 도입한 무료 반품 서비스 'Try Before You Buy'/아마존

소비자들의 선호에 따라 아마존은 2019년 무료 반품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 콜스, UPS 등 1만8000여곳의 매장에서는 박스나 라벨 없이도 소비자가 원하면 반품을 진행한다. 일정 금액을 내고 프리미엄 서비스 ‘Try Before You Buy’에 가입한 소비자는 반품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환불까지 가능하도록 정책을 바꿨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퀘이시라는 아마존 자회사를 운영한 잭 로저스 콜로라도 주립대 공급망관리학과 조교수는 “2019년 반품 정책 도입으로 아마존은 소매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됐다”며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 월마트나 타겟과 같은 업체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커머스 쿠팡은 2018년 10월 유료 멤버십 프로그램인 ‘와우멤버십’을 도입하면서 ‘30일 이내 무료 반품’ 혜택을 내걸었다. 반품 요청은 앱으로 신청하고, 문 앞에 두기만 하면 즉시 수거해 환불을 진행했다. 11번가도 2019년 6월 반품과 환불 속도를 높인 ‘안심환불 서비스’를 도입했고, CJ ENM 오쇼핑은 2019년 TV홈쇼핑 판매 상품에 한해 당일 회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낮은 반품 정책 탓에 더 많은 폐기물이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다. 반품 솔루션 제공업체인 루프 리턴즈(Loop Returns)사는 “고객 중심 반품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품 절차가 너무 단순한 것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인쇄된 반품 라벨이 아닌 반품 포털을 만들어 고객이 반품을 하기 전 심리적 장벽을 한 번 더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환불보다 교환을 장려하면 반품된 물건도 재판매할 수 있는 상태로 들어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조언했다. 반품 관리업체 옵토로도 “반품 요청이 들어온 제품의 절반 정도만 재판매가 가능하고, 나머지 제품은 손상됐거나 박스가 개봉돼 원래 가격에 되팔기 어렵다”며 반품 물건의 상태 관리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반품을 줄일 때 기업의 수익률이 더 개선된다는 시각도 있다. 2021년 아마존은 전체 순매출의 3분의 1에 달하는 1520억달러(약 187조원)를 썼다. 반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품 검수·재입고 절차에서 인건비·보관비 등이 추가로 발생한다. 재판매될 때까지 재고로 떠안고 있는 기간 동안 유행이 지나버리거나 보존 기한을 넘기며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도 한다.

지난 3월 바뀐 쿠팡의 환불 정책. 환불이 불가한 경우를 상세히 나열했다./쿠팡
지난 3월 바뀐 쿠팡의 환불 정책. 환불이 불가한 경우를 상세히 나열했다./쿠팡

코헨 교수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반품 관리에 힘을 쏟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쿠팡은 교환·반품 정책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 매일 쏟아지는 반품 상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외부 협력업체를 통해 전담 검수원까지 채용하면서 적자를 낸 바 있다. 반품 정책 개선으로 반품률과 물류비용을 개선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기부·중고 시장 진출도 꾀하는 아마존

한편 아마존은 기부와 중고시장 진출에 뛰어들기도 했다. 2019년 아마존은 비영리 네트워크 굿360(Good360)과 파트너십을 맺어 10만개 지역 자선단체에 상품을 자동으로 기부할 수 있는 기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월마트, CVS, 나이키 등 대기업 400여곳과 협력하고 있지만, 아마존이 가장 큰 손이다. 아마존이 제품을 제공하는 대신 굿360은 수송 비용을 부담한다. 아마존은 기부와 함께 세금을 감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중고품이 잠재적인 수익원이 되면서 2020년에는 반품을 회수하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이제 아마존의 판매자는 반품을 처리하는 리퀴디티 서비스(Liquidity Services)와 같은 반품 전문업체에게 보내 중고 시장에서 반품을 처리하도록 했다.

또 일부 판매자에게 반품을 위한 등급 설정 및 재판매 옵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반품된 품목을 평가해 새 제품, 매우 좋음, 좋음과 같이 등급을 매기게 한 것이다. 등급이 매겨진 제품은 아마존 특별 섹션에서 재판매 된다.

아마존 내 개설된 중고품을 취급하기 위한 특별세션/아마존
아마존 내 개설된 중고품을 취급하기 위한 특별세션/아마존

중고품을 위한 창고 딜(Warehouse Deal), 리퍼비시 제품을 파는 아마존 리뉴얼(Amazon Renewed), 과잉 재고를 처리할 수 있는 아마존 아울렛(Amazon Outlet), 10달러 미만 중고품을 거래할 수 있는 웃(Woot!)이 있다. 또 아마존은 고객들에게 중고 아마존 섹션에서 거래할 수 있는 기프트 카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마존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연간 3억 개 이상의 제품이 재판매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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