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COP26에서 얻어진 추진력은 기후 회의론자들이 녹색 규제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곧 사라졌고, 에너지 위기로 많은 차선이 장기적 순제로 궤도에서 단기적 경제 안보로 전환됐다. 그렇다고 해서 2022년이 기후 의제에서 후퇴한 건 아니다.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의제였던 ‘손실과 피해’ 논의는 기후 인식의 도약을 이끌었고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글로벌 조약이 탄생하기도 했다. 올해 2023년 ESG 시장의 화두를 정리해봤다.

 

에너지 안보 vs. 청정 에너지 전환

MSCI는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확보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면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뒤로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고 짚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과 재생가능 발전원에 대한 투자 증가 추세는 있었다. 다만 재생에너지는 공급망 병목 현상, 저탄소 발전에 대한 횡재세, 무역 전쟁과 같은 단기적 불확실성에 직면해있다. 석탄과 석유 사용이 증가하기도 했다. 미국은 전략적 석유 비축량에서 석유를 방출하고 있으며, 영국은 새로운 석유 및 가스 라이선스 라운드를 시작하고 있고 일부 EU 회원국은 계획된 석탄의 단계적 폐기를 연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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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2023년 이후로는 장기적인 규제 순풍이 재생에너지의 배치를 장려하고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신할 수 있는 직접적인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덴마크, 뉴질랜드 등 충분히 일찍 에너지 공급을 다양화하고 재생에너지에 선투자해온 국가는 에너지 안보가 튼튼하고 에너지 전환을 향한 진전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다. 이들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 혼란을 기회로 포착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안보가 열악하고 전환 노력이 제한적인 국가는 단기적인 탄소 집약 솔루션을 위해 장기적인 GDP 성장을 희생해야 하므로 전 세계 청정 에너지 전환이 지연될 수 있다.

 

생물다양성 정보 공개의 빠른 진화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생물다양성 협약에서 진전된 새로운 랜드마크 협정은 많은 기업이 생물다양성의 관점에서 환경적 발자국을 보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에서 정보 공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가이드라인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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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레임워크 수정안을 발표한 자연 관련 금융 공개 태스크포스(TNFD) 이니셔티브가 대표적이다. 올해 3월 TNFD는 정보 공개 지표의 진척 상황, 공급망 전체의 영향과 리스크 측정 방법, 에너지 등에 대한 추가 지침을 포함할 것이다. 현재 34개 회원국에서 40개 회원국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TNFD의 정보 공개의 기반은 SBTi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지원을 받아 산림, 토지 및 농업(FLAG)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들은 육지 기반 탄소 배출과 제거를 포함한 과학 기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바이오매스 및 토양 손실, 삼림 벌채 및 토지 열화와 관련된 탄소 배출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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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는 특히 올해 삼림 훼손이 주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봤다. 삼림 파괴는 탄소 흡수 수단을 없앨 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파괴의 주범이다. EU의회는 최근 EU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삼림 벌채가 없도록 요구하는 새 규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2023년에는 삼림 벌채 노출이 높은 회사가 실사 및 공급망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개선하는지도 감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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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MSCI 분석에 따르면 이를 대비한 기업은 소수였다. 상장된 식품 회사의 11.7%와 식품 소매업체의 18.2%만이 삼림 벌채 정책을 공개한 반면, 자동차 부품(3.3%)과 섬유, 의류 및 사치재(3.7%) 수치는 훨씬 낮았다. MSCI는 “삼림 벌채를 다른 사람의 문제로 생각하거나 언젠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한다면 서둘러 처리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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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이행계획 의무화

지난해 11월 영국 재무부는 대기업에게 기후 이행계획 의무화를 요구하면서 정보 공개 프레임워크 초안을 공개했다.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리시 수낙은 COP26에서 배출량이 많은 분야의 대기업은 2023년부터 새로운 넷제로 정보 공개 요건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G7이 영국을 따를 것이라고 서약하면서, 이행계획 의무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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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재무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기후 이행계획 공개 방법을 담고 있다. 기업은 장기 배출 목표를 공개하고 비즈니스 모델 및 투자 변경을 위해 필요한 단계를 개략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2025년 즈음에는 기후 관련 정보를 재무 보고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한다.

MSCI는 기업의 넷제로 목표와 전략이 실행가능한지 확인하는 경향도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NZAOA(Net-Zero Asset Owner Alliance)와 같은 UN 주도의 넷제로 이니셔티브 등에 속한 기관 투자자들이 나설 것이라고 봤다. GFANZ(Glasgow Financial Alliance for Net Zero)는 투자자가 기업의 기후 목표 건전성과 신뢰성을 평가하기 위한 자체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기도 했다.

2022년 기준 MSCI ACWI IMI에 상장된 9238개 기업 중 36%(3306개)가 기후 목표를 설정했다. 이 중 715개 기업은 파리협정에 따라 목표를 설정하고 SBTi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MSCI는 “SBTi 승인 목표가 있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GFANZ 프레임워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엄격한 제3자 대상 검증 프로세스를 거친 회사가 성공적인 실적을 입증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린워싱 재정의

지난해 그린워싱에 대한 기사는 유난히 많았다. 패션, 소비재, 운송, 금융 등 다양하다. 지난 2월 영국의 음료회사 이노센트 드링크는 규제당국으로부터 “지구를 수리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광고 문구가 들어간 TV CF를 중단하라고 명령받았다. 지난 7월 항공사 KLM은 항공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과장됐다며 환경운동가들에게 고소당했다. HSBC는 지난해 하반기 화석연료 관여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누락됐다며 규제당국으로부터 광고 집행 정지를 통보받기도 했다. 11월 H&M은 친환경이 아닌 제품에 친환경 라벨을 붙였다며 환경단체로부터 두 번째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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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쟁시장청(CMA)은 지난해 그린 클레임 코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EU 또한 자체적인 반녹색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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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는 ESG 펀드 규제 강화도 짚었다. ESG펀드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규제가 미흡한 상황에서 운용됐지만,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ESG 펀드의 명칭과 분류, 공시의무 등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확산되고 있다. ESG 펀드에 투명성을 요구하는 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을 필두로 각국 금융당국은 유사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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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의 대두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중에서도 I(Inclusion, 형평성)가 대두되고 있다. 형평성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을 넘어 특정 인물과 집단의 고른 기회를 위해 노력하는 전반의 활동을 뜻한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됐을 때, 직원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거나 거리두기 및 격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비난을 받은 기업들은 언론에서 혹평을 받았다. 또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으면서, 북미와 전 세계에서 흑인 생명에 관한 시위가 촉발됐다. 또 아시안 혐오와 관련된 움직임도 일어났다. 이에 많은 대기업은 DE&I 정책 및 프로세스를 개발한다고 약속했으며, 미국에서 DE&I 관련 채용 공고는 2020년 5월부터 9월까지 2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2023년 세계는 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근로자와 공급망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생활비 상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기업에게 더 자주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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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의 중요성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반도체 공급망은 적어도 2023년 후반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태양광 패널 같은 중국 독과점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와 자재 가격의 상승 또한 공급망 불안을 낳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해바라기유와 비료의 공급을 방해하고 있다. 이른 폭염으로 수출 제한에 걸린 인도산 쌀과 밀 같이 기후와 관련된 영향도 감지되고 있다.

공급망 탄소배출도 관건이다. 공급망 탄소 감축을 못하는 것은 평판상의 리스크일 뿐 아니라 잠재적인 물리적 리스크이기도 하다. CDP는 글로벌 공급망에 잠재된 기후, 산림, 물과 관련된 위험을 고려했을 때 2026년까지 최대 1200억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봤다. 또 다국적 기업의 평균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본사에 비해 11.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다양성 정보공개와 맞물려 2023년에는 공급망 탄소 배출에 대한 감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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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과 회복력

MSCI는 기후 적응의 새로운 위험과 기회 식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구 온난화가 2도 이하로 제한되더라도 세계는 여전히 폭염, 폭우, 강렬한 열대성 저기압과 같은 극한 기상 현상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MSCI 조사 결과 기업의 25%만이 적응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재해 중 하나인 열대 저기압은 유틸리티, 부동산 및 필수 소비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1.5도가 아니라 5도 상승에 도달하면, 이 부문의 예상 시장 가치 손실은 200% 이상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후 적응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기후 관련 재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자금은 부족하다. 연구에 따르면 기후 적응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최소 2달러에서 최대 10달러의 경제적 순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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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에서는 ‘샤름 엘 셰이크 적응 아젠다’가 출범됐다. 기후 관련 리스크에 40억명 이상의 복원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포괄적인 글로벌 과제 목록을 제시한 것이다. 식량과 농업, 물과 자연, 해안과 해양, 인간 거주지 및 인프라를 포함한 5개의 영향 시스템 영역에서 적응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이다. 이것은 손실과 피해에 관한 자금조달 합의와 결합 돼 전 세계 기후위기 적응력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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