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미국의 IRA법과 중국의 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다음주 공개할 예정이다. 핵심원자재위원회도 설치해 EU회원국이 연합해 핵심 원자재에 대응할 방침이다. 

EU집행위원회는 원자재 확보를 위한 ‘EU 핵심원자재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CRMA 초안을 오는 14일(현지시각)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CRMA는 EU가 육성하려는 클린 테크 분야에 필수 원자재인 리튬, 희토류 등의 수출국을 다양화하고, 자급자족까지 이뤄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7일 로이터통신이 단독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역내에서 최소 10%까지 원자재를 직접 생산하고, 원자재를 기반한 필수 전략물자 수요의 최소 40%를 역내에서 조달키로 했다. CRMA 초안에는 “추출, 가공, 재활용을 포함한 핵심 원자재 공급망 모든 단계에 EU 연합국의 영향력을 강화해 증가하고 있는 공급 위험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됐다. 집행위원회는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기를 원하고 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연례 정책연설에서 오는 2030년까지 주요 광물 원자재 수요가 500%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CRMA 추진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다. 

EU는 또 핵심원자재위를 설립해 원자재 구매에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회원국끼리 원자재 구매 경쟁에 나서지 말고, EU 차원에서 대응 기관을 설립해 가격 협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다만 “어떤 구매시스템도 EU의 경쟁법을 준수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공동구매를 하더라도 담합 등 반경쟁행위를 위반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관련기사: EU, 유럽은행들에 핵심 원자재 지원 강화 압력

아르헨티나의 리튬 광산 
아르헨티나의 리튬 광산 

초안에는 새로운 광산이나 가공 공장을 건설할 때 인허가를 간소화하는 절차도 포함됐다. 전략광산 프로젝트는 24개월 이내 허가를 내주고, 가공시설 허가기간은 12개월 이내로 단축된다. EU위원회는 제3국에서 전략 프로젝트를 실행할 의지도 보였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한 3000억유로 규모의 ‘글로벌 게이트웨이 전략’을 통한 재정적 지원도 할 방침이다.

EU는 핵심 원자재 의존도가 높다. 독일경제연구소(DIW)의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현재 27개 원자재 중 리튬·마그네슘·천연흑연·희토류 등 14개 원자재 수입률은 100%이며, 3개 원자재는 95%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 마그네슘의 93%, 희토류 금속의 86%는 중국에서 수입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CRMA은 2030년까지 전략 원자재 수입의 70% 이상을 단일 제3국에 의존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초안에는 EU에서 핵심 원자재 판매기업을 대상으로 탄소발자국 공개도 가능케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객이 '지속 가능한 상품' 구매를 희망할 경우에 탄소발자국을 공개할 수 있다.

CRMA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견제하려는 EU의 의도도 깔려있다. 다만, IRA법과 달리 CRMA에 지리적 차별요소 조항은 담기지 않았다. IRA는 배터리 생산에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사용해야 하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를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체결 또는 가공해야 세액 공제 혜택을 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EU는 광물 자급자족과 공급망 다양화에 초점을 맞췄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임팩트온(Impact O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CRMA #핵심원자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