렙리스크 보고서, 은행 및 금융기관의 그린워싱 1년간 70% 증가해
ESG 데이터 분석기업인 렙리스크(RepRisk)가 지난 3일(현지시간), 전 세계 은행과 금융기관의 그린워싱 사례수가 지난 1년간 70% 늘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이 2023년 8월 말까지 12개월 동안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은행 및 금융업계에서 발생한 그린워싱은148건이었다. 이는 지난해의 86건보다 거의 배로 증가한 수치다.
렙리스크는 평판과 수익을 높이기 위해 투자자 또는 소비자에게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주장을 그린워싱으로 규정하고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148건 중 106건이 유럽 금융기관에서 발생했으며 대부분 화석연료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여러 기업이 대규모 그린워싱 스캔들에 직면했다면서 독일의 자산운용사 DWS 그룹을 언급했다. 이 그룹은 자금을 실제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마케팅하겠다고 투자자를 오도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H&M은 제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객을 오도하는 환경 스코어카드 시스템을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 5월, 유럽의 그린 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과 같은 규제가 늘어나면서 환경 관련 주장이 더욱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그린워싱으로 ‘소셜워싱’이 떠올라
사회 분야에서의 그린워싱, 이른바 ‘소셜워싱(social washing)은 기업이 평판과 재정적 성과를 보호하기 위해 인권, 근무 환경, 다양성과 같은 근본적인 사회 문제를 은폐함으로써 자신들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보도록 포장할 때 발생한다.
렙리스크는 2018년 9월부터 2023년까지 그린워싱과 관련된 회사를 조사한 결과, 기업의 18%가 소셜워싱과도 관련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상장기업만 추렸을 때는 31%로 관련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들은 그린워싱을 하는 기업의 경우 소셜워싱도 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렙리스크의 ESG 연구 책임자인 에블린 카우르(Avleen Kaur)는“ 환경과 사회는 서로 얽혀 있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환경 문제는 종종 지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사회 문제는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들의 상호 연관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보고서를 둘러싼 금융업계의 반응
유럽은행연합(European Banking Federation)은 렙리스크의 보고서가 검증된 그린워싱 사례가 아니라 혐의로 구성되어 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렙리스크가 기업이 발표한 정보보다는 공개된 자료와 이해관계자를 분석해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를 찾고 그린워싱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업이 한 이니셔티브의 효과를 과대평가했다는 연구 결과는 그린워싱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은행연합은 은행이 고배출 산업을 포함한 기업의 탈탄소 노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반박했다. 대변인은 로이터에 보낸 이메일 성명을 통해 "전환 금융의 개념은 명확하지 않으며, 이러한 명확성의 결여는 근거 없는 그린워싱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