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회, 탄소상쇄 제한하는 강화된 그린클레임 지침 협상안 통과
광고업계는 화석연료 기업과 일 않겠다는 이니셔티브도 운영

유럽의회는 지난 11일(현지시각) 그린 클레임(Green Claims) 지침을 표결에 부쳐 찬성 544표, 반대 18표로 채택했다. 그린 클레임은 그린워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이 환경 관련 주장과 라벨을 입증하고 검증하도록 요구하는 규칙이다.

의회는 표결을 통해 EU집행위원회가 3월에 제안한 그린 클레임 초안에 대해 의회의 입장을 정리한 협상안을 제시했다.

의회 협상안은 기업이 ▲환경 친화적 ▲자연 ▲생분해성 ▲기후 중립 ▲에코와 같은 용어를 사업이나 제품에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데, 특히 기업이 해당 제품의 생산이나 사업을 탄소상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를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게 특징이다.

 

EU의회 협상안, 규제 범위 확대되고 에코 디자인도 요구

유럽 집행위원회는 2020년 친환경제품 조사를 통해 EU기업의 친환경 주장 중 절반 이상이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40%는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그린 클레임 지침을 제시했다.

의회도 집행위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성명을 통해 표명했고, 그린 클레임 지침을 통해 소비자가 환경 친화적인 소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기업이 보다 내구성 있고 지속가능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집행위 초안은 기업의 환경 주장 중 ‘환경 친화적’, ‘탄소 중립’ 정도를 제한하는데 그쳤지만, 의회 협상안에는 ‘천연(natural)’, ‘동물 친화적(animal-friendly)’, ‘동물 실험 없음(cruelty-free)’, ‘지속가능성(sustainable)’, ‘삼림벌채 중단(deforestation-free)’, ‘플라스틱 중립(plastic neutral), 탈플라스틱(plastic-free)’과 같은 다양한 제한 항목들이 추가됐다. 

 그린 클레임 지침의 협상안은 기업의 환경 주장이 ▲탄소상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 ▲제품의 일부에만 적용되는데 전체 제품으로 주장하는 경우 ▲내구성에 대한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경우와 같이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정보를 담은 관행을 모두 금지한다. 

지침은 특히 탄소상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주장을 엄격히 제한한다. 의회는 그 이유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상쇄보다 탄소제거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직접적으로 줄이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며 기업들이 실질적인 탄소 감축 노력과 책임감을 더 강화해 나가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의회 협상안은 에코 디자인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에코 디자인은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의 수명이 짧은 디자인을 제한하는 규칙이다. 의회는 소비자가 내구성이 좋고 수리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매 이전에 수리가 제한되는 사항에 대한 정보와 법정 보증기간 외에 생산자가 추가로 연장할 수 있는 보증기간에 대해서도 표기하도록 제안했다.

빌랴나 보르잔 책임보고자(Rapporteur)는 표결이 끝난 후 “업계는 보증기간이 끝나자마자 고장이 나는 소비재로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제품 라벨은 소비자에게 수리 옵션과 비용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적시하여 내구성이 좋은 지속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그린 클레임 지침의 의의를 설명했다.

 

EU, 당근보다는 채찍…그린워싱 시대 끝났다는 광고업계

“그린워싱의 시대는 끝났다”

디아지오, 유니레버 등을 고객사로 둔 광고대행사 AMV BBDO의 조니 화이트 이사(Senior Business Director)는 가디언에 이렇게 말했다. EU 그린클레임 지침은 광고와 직결되기 때문에 광고업계는 EU의 의사결정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화이트 이사는“광고 규제기관, 소비자 감시 단체, 심지어 정부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환경 주장을 감시하고 있으니, 그린워싱 주장을 했다는 판결을 받으면 브랜드가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평판을 갖게 될 위험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아디다스, 스타벅스, 삼성이 고객사인 아이리스 월드와이드의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 벤 에센은 “마케팅 부서는 종종 과장된 친환경 정보를 제공하여 고객들을 모객하려고 하고, 지속가능성 부서는 실질적인 지속가능성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기 때문에, 두 부서 간에 암묵적인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비엔비, 메타, 나이키가 고객사인 위든앤케네디 암스테르담의 블레이크 해롭 사장은 “EU가 그린워싱을 단속하면서 친환경 활동을 검증 받은 기업에 경쟁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좋은 의도와 책임감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온 브랜드는 그린클레임 지침이 통과해도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지속가능성에 관한  주장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과장해 온 기업들에게는 복잡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린워싱을 단속하는 법이 강화되면서, 광고 대행사에서 법무 부서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롭 사장은 “모든 브랜드가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면 환경에 관련되어 뛰어난 약속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확보할 유인이 사라진다”며 “환경 부문에서 약속을 넘어 책임감을 보여주는 브랜드가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광고업계는 화석연료 회사와 협력하는 대행사를 배척하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광고 대행사들의 이니셔티브인 ‘클린 크리에이티브(Clean Creative)’는 매년 세계 최대의 환경오염 기업과 협력하는 대행사를 공개하는 ‘F리스트’를 발표하고 있다. 대행사들이 화석연료 기업들과 일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500개 이상의 대행사가 서약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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