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 MZ세대 겨냥 디지털 마케팅 투자…그린피스에는 역대급 손배소송 걸어

2023-11-13     송준호 editor

글로벌 거대 에너지 기업 셸(Shell)이 좌초자산화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미래 고객인 청년층을 확보하고, 화석연료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에는 강경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셸을 포함한 화석연료기업들이 MZ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으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는 연구와 보도가 이어진 지는 꽤 오래 됐다. 셸은 청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들이 관심 있는 게임과 SNS 인플루언서 등을 활용해 청년들에게 적극적인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10일(현지 시각) 전했다. 

이 전략과는 별개로, 셸은 글로벌 위트니스와 그린피스를 포함한 국제 환경단체로부터 그린워싱 캠페인과 소송을 벌이는 와중에, 최근 그린피스를 상대로 210만 달러(약 2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면서 역대급 반격의 신호탄을 쐈다.

 

게임⋅인스타 마케팅으로 MZ세대에 접근...

미디어 광고에만 3600억원 투자

셸은 젊은 세대의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온라인 게임을 홍보할 직원을 고용하고 인플루언서, 운동선수들을 후원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셸은 자사의 인스타그램 페이지 ‘셸스테이션(shellstationus)’에서 ‘퍼포먼스 언바운드(Performance Unbound)’라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퍼포먼스 언바운드는 성능에 제한이 없다는 의미다. 

셸의 인스타그램 페이지 '셸스테이션'에는 자사 제품 광고와 운동선수들이 참여한 '언바운드 퍼포먼스' 캠페인 영상이 게재되어 있다. 제품 광고 영상과 비교했을 때, 운동선수들의 캠페인 영상 조회수가 압도적으로 높다./셸 인스타그램

셸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에는 자사 제품 광고와 유명 운동선수의 동기부여 영상들이 시리즈로 올라와 있다. 유명 운동선수들은 영상의 첫 부분에서 “나의 잠재력에는 한계가 없다(Performance Unbound)”라는 말을 하며 각 분야의 성취와 도전 정신을 설명한다.

해당 영상에서 셸 제품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제품 광고가 이뤄지는 페이지에 함께 게시되어 있는 점과 화석연료는 주류, 도박 등과 달리 법정 광고 연령이 없어  청소년 광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경 운동가들이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셸은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의 크리에이터들과 협력해 석유 제품을 홍보하는 ‘궁극의 로드트립(Ultimate Road Trip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는 포트나이트의 섬에 있는 셸 주유소에서 차량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고 레이싱 코스를 질주하게 된다. 셸은 게이머들이 게임 스크린샷을 찍고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게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의 게임 내  '궁극의 로드트립' 캠페인/셸 인스타그램

기업들은 광고 지출을 공개하지 않는데, 데이터 제공업체들에 따르면 셸은 화석연료 기업 중 디지털 광고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FT는 밝혔다.

미디어 지출 분석기업인 컴버전스(COMvergence)는 셸이 2023년에 글로벌 미디어에 2억7000만달러(약3573억원)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디지털 미디어가 5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셸에 이어 BP가 2억1900만달러(약 2898억원)를 지출하고, 역시 58%를 디지털 미디어에 사용하며 엑손모빌은 9600만달러(약 1271억원)를 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내 디지털 광고를 추적하는 센서 타워(Sensor Tower)는 "리서치 그룹인 미디어 매터스(Media Matters)에 따르면, 셸이 올해 틱톡과 트위치에 총 380만달러(약 50억원)를 지출했으며 3억 4800만 회 이상의 노출을 기록했다"고 추산했다. 센서 타워는 셸이 70만달러(약 9억원)를 지출한 트위치 광고를 본 시청자의 70% 이상이 18세에서 35세 사이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린피스와 역대급 손배소송으로 맞대결...

화석연료 문제 제기 멈추면, 손배청구액 삭감 제안

셸은 그린피스를 상대로 약 2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영국 법원에 제기함으로써 환경 단체와의 맞대결을 선택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지난 1월 셸의 FPSO(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및 하역 설비)를 운송하는 선박에 몰래 탑승하여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통신 9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셸은 활동가들의 탑승 시위에 대해 런던 고등 법원에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셸의 선박은 대서양에 위치한 유전 및 가스전에 설치할 FPSO를 운송 중이었다. 그린피스 활동가 6명은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12일까지 13일간 해당 선박에 탑승하여 석유 시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셸은 이에 성명에서 “시위대가 추가로 탑승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두 건의 금지 명령을 확보했다. 이에 사용된 법적 비용과 선박 및 항구의 보안을 강화하는 데 사용한 비용이 적지 않았다”며 “시위대와 셸의 직원 모두의 안전과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망설이지 않고 조처했다”고 전했다. 

다만, 셸은 “시위대가 선박에 탑승하는 행위는 불법이고, 극히 위험하다. 시위의 권리는 존중하지만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실행돼야 한다”며 그린피스에 “셸의 석유와 가스 인프라에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손해배상청구액을 140만달러(약19억원)로 줄이겠다”고 제안했다. 

그린피스는 이 소송에 대해 “50년이 넘는 그린피스의 역사상 가장 큰 법적 위협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 단체는 셸이 2021년 네덜란드 법원이 내린 명령에 따라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5% 감축하는 경우에만 시위를 벌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셸 신임 CEO 웨일 사완, 키워드는 ‘수익’...

저탄소 사업부 구조조정과 스코프3 배출 문제

셸은 수익 문제로 이와 같은 행보를 계속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 CEO 웨일 사완(Wael Sawan)이 올해 초에 취임하면서 셸은 상당한 수준의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구조조정은 사완 CEO가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한 취임 공약에 따른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재생 에너지 및 저탄소 부서가 분할됐다. 2021년 덴마크 재생에너지 대기업 오스테드(Orsted)에서 합류한 토마스 브로스트롬(Thomas Brostrom)이 맡았던 재생에너지 부문 총괄 부사장의 글로벌 직책이 사라졌다.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사업은 이제 셸 에너지(Shell Energy)의 지역 책임자의 지휘 아래에 놓이고, 스티브 힐(Steve Hill) 수석 부사장에게 보고된다. 동시에 셸은 안나 마스콜로(Anna Mascolo)를 바이오 연료 , 탄소 포집 및 자연 기반 솔루션을 포함한 저탄소 제품 및 부문의 수석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분할된 저탄소 솔루션(LCS) 부문은 지난달 발표된 구조조정으로 인력의 15%인 200명이 감원되고 1300명에 달하는 부대 인원이 2024년에 감축될 예정이다. 구조조정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부서는 수소 사업부로, 수익성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된다. 

셸은 스코프3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중기 목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한 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앤드류 맥켄지(Andrew Mackenzie) 셸 이사회 의장은 셸의 에너지 전환 경과 보고서에서 “이사회는 스코프3 절대 배출량 목표 설정을 고려했지만 주주들의 금전적 이익에 반하고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셸은 그러한 스코프3 목표가 석유 제품과 천연가스의 판매를 줄여 고객을 경쟁사에 뺏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서 셸은 스코프1과 스코프2 배출량이 감소했다는 성과를 밝혔지만, 문제는 스코프 3 배출량이 비즈니스에 기인한 총배출량의 95%에 해당하므로 스코프1과 2가 줄어들어도 전체적으로는 매우 적은 감소량이라는 점이다. 

더 엄격한 배출 감소 목표를 거부한 것 역시, 셸의 신임 CEO 웨일 사완(Wael Sawan)이 취임한 이후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