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녹색경제 전환 2개년 로드맵 발표

2024-02-02     송준호 editor

유럽중앙은행(이하 ECB)이 30일(현지 시각) 녹색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로드맵인 ‘2024~2025년 기후 및 자연 계획’을 발표했다. ECB는 성명에서 “기후 위기가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녹색 전환의 영향과 위험, 기후 변화의 물리적 위험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로드맵을 냈다”고 밝혔다. 

ECB는 2021년 이와 관련한 실행 계획(action plan)을 냈고, 2022년 주요 기후 의제를 설정한 후 지난해 말 의제의 위험도와 중요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결정한 바 있다. 2022년에는 기후 변화 관련 위험을 관리하고 녹색 전환을 지원하며 행동의 확산을 촉진함을 주요 전략적 목표로 삼았다. 

이번 로드맵은 해당 목표에 대한 활동을 확대하고, 2024년과 2025년에 새롭게 선정한 세 중점 영역에 관련한 신규 활동들을 공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더워지는 기후와 자연 자본의 감소는 우리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ECB는 임무를 계속 수행하기 위해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고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이 발표한 기후와 자연 2개년 계획/ECB

세 가지 영역에 초점…녹색 경제 전환, 기후변화 대응과 재무적 리스크

로드맵은 새로운 중점 영역과 관련된 주요 조치들을 제시하고 있다. 중점 영역은 ▲녹색 경제로의 전환 탐색 ▲증가하는 기후변화의 물리적 영향 대응 ▲자연 파괴와 생물다양성 손실에 대한 경제 및 재무적 리스크 확인으로 꼽혔다. 

ECB는 녹색 경제로의 전환을 탐색하기 위해 전환 자금이 통화 정책 메커니즘에 미치는 영향, 녹색 투자 요구에 대한 평가 및 전환으로 인한 구조적 결과 분석, 거시 경제 모델링 프레임워크의 개발과 같은 활동을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기후 변화 영향에 대한 새로운 분석들을 기후 시나리오와 거시경제 예측에 사용하는 프레임워크에 통합하고, 물리적 위험 분석을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 활용을 향상시킨다. ECB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기후 리스크를 추적하기 위한 새로운 통계지표를 발표했다.

ECB 이사회 멤버인 이사벨 슈나벨(Isabel Schnabel)은 "우리는 기후변화가 금융 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더 나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고품질 데이터의 개발이 핵심"이라며 "이 지표들은 기후 중립 경제를 향해 더 나아가기 위해 중요한 기후 데이터 격차를 줄이도록 지원하는 첫 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마지막 의제에 대해서는 보험에 대한 격차와 투자 요구 등을 분석하여 기후와 자연으로 인한 경제적 및 재정적 영향을 분석할 계획이다. 유럽중앙은행은 2021년 3월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첫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고, 주기적으로 이를 수행해 왔다.

로드맵이 제시한 신규 중점 영역 3가지와 관련 활동 계획/ECB

ECB, 스스로도 녹색화…친환경 포트폴리오 전환 노력

ECB는 은행과 금융권이 녹색화하기 위한 경로를 제시하고 노력을 촉구하는 일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친환경 조직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2030년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업데이트된 환경 관리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며, 유로 지폐의 친환경 디자인 원칙을 세우고 디지털 유로화 디자인에 환경 발자국 고려 사항을 통합하는 등의 계획을 개략적으로 소개했다. 

유럽중앙은행은 2022년 회사채 포트폴리오에서 기후실적이 나쁜 기업들을 제외하겠다고 선언했고, 2023년 2월에는 대차대조표 런오프 시행을 발표했다. 런오프는 만기 도래 채권의 원리금을 다른 채권에 재투자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보유자산이 줄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발표 당시 S&P글로벌의 실비안 브로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민간 채권 시장에 매년 24억유로(약 3조2000억원)를 재투자하게 된다. 이 자금을 모두 녹색 채권에 재투자해도 ECB의 민간 포트폴리오는 녹색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ECB는 이런 비판을 수용하고 계속해서 녹색 전환 노력을 강화해 가겠다고 밝혔다. 라가르드는 "우리의 노력을 확대하고 강화함으로써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경제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녹색 전환을 지원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