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노리는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그린딜 두고 갈등에 골머리

2024-07-12     송준호 editor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회 위원장이 연임에 필요한 표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해외 미디어 폴리티코는 10일(현지시각) 유럽의회가 오는 18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재선하기에 합당한지 여부를 두고 투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폰데어라이엔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720명의 유럽의회 의원 중 361명의 표가 필요하다. 문제는 집행위원장의 지지 세력이었던 친EU 대연정에 분열이 생기면서 발생하고 있다. 

친EU대연정은 중도우파인 유럽국민당(EPP)과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 당은 각각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188석, 136석, 76석을 차지하여 720석 중 400석의 다수당이 됐다. 

세 당은 특히, 환경 정책을 두고 다른 의견을 내놓아 순항할 것으로 보이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재임에 비상등이 켜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PP가 9일(현지시각) 개최한 회의에 참석했다. 집행위원장은 같은 날 사회민주당과 자유당그룹이 연 회의에도 참석했다./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U의회, 내연기관 신차판매 금지법과 산림벌채법 관련 의견 좁혀지지 않아

세 정당은 향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5년의 임기 동안 집행위와 협상의 기초가 될 정책 우선순위를 담은 문서 초안을 작성 중이다. 

해외 미디어 유랙티브가 검토한 우선순위 초안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유럽국민당이 기후와 에너지, 환경을 포함한 그린딜의 의제를 완화하려는 입장을 취하면서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입장 차이를 보이는 정책 중 하나는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법안이다. EPP는 2035년 이후에 내연기관 차량에 E-퓨얼과 같은 무배출 대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당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S&D와 녹색당은 EPP의 주장처럼 이 금지법안에 예외 규정이 도입되면 2050년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방해물이 되므로 원안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정책은 산림벌채법(EUDR)이다. EU집행위원회는 최근 올해 연말 시행될 예정인 EUDR을 연기하라는 업계와 회원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EPP는 EUDR을 연기하라는 입장이다. 반대로 S&D는 역시 해당 규정이 계획대로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PP, 좌파와 우파 정당 저울질…집행위원장 연임은 여전히 미궁 속

연정이 흔들리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연정 밖의 정당들에도 눈길을 주고 있다. 강경우파인 유럽보수개혁당(ECR)과 녹색당이다. 두 당은 각각 78석과 53석의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EPP 내부에서도 ECR과 녹색당 중 어떤 곳과 손을 잡을 의견이 합치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유랙티브는 전했다. EPP는 녹색 의제의 속도를 늦춘다는 점에서 ECR과의 접점이 있고, 정치적 기반이 적은 녹색당이 대연정에 참여해도 손해 볼 점이 없다는 의견들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EPP의 농업 조정관인 헤르베르트 도르프만은 지난 9일(현지시각)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그린딜로 농부들을 방치했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녹색당의 지원을 모색해서는 안 된다”고 유랙티브에 전했다. 

동시에 EPP의 한 소식통은 유랙티브에 “EPP가 녹색당에 (대연정에 참여할) 문을 열어도 잃을 것이 없다”라며 “이들이 강조하는 그린딜은 법률로서 이견이 없지만 시행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인 측면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보수개혁당(ECR)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그린딜 이행에 대해 대부분 반대하는 데, 이 당과의 접점은 역시 EPP의 정책 우선순위 문서에서 발견된다. EPP의 정책 우선순위 문서는 EU의 2030년과 205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그대로 기재하여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적었지만, 2040년 목표는 누락됐다. 

해외 미디어 유로뉴스에 따르면, 피터 리제 EPP 의원은 2040년까지 온실가스를 90% 줄이자는 목표에 대해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동료 의원들이 많기에 이는 EPP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CR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고, 사회민주당과 자유당그룹은 ECR과 EPP가 함께 한다면 집행위원장의 연임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PP가 두 당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기에 최종 투표가 가까워졌지만 폰데어라이엔에 대한 연임 여부는 미궁 속에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