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자연 복원법(NRL, Nature Restoration Law)'이 농민들의 반발에 무산 위기에 처했다. 25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은 헝가리, 이탈리아 등 8개 회원국이 해당 법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투표가 보류되었다고 보도했다.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회복을 목표로 하는 자연 복원법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유럽의회에서 가까스로 통과된 바 있다. 

 

형식적 절차였던 이사회 투표에서 자원복원법 채택 불발

EU 자연 복원법 표결이 무기한 연기됐다. EU는 당초 25일(현지시각) 수개월 동안의 절차를 거친 해당 법안을 승인할 예정이었으나, EU 회원국 곳곳에서 농민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영원히 보류될 위기에 처했다.

EU 법안은 집행위원회가 발의하면 유럽의회 통과 후 27개국 EU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표결, 최종 승인하는 방식으로 제정된다. 그런데 본래 형식적인 절차로 여겨졌던 이사회 승인 단계에서 자연 복원법 채택이 불발된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헝가리와 이탈리아 등 8개 회원국이 법안 지지를 철회하면서 법안이 다수결로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 분명해지자 투표 자체가 보류되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찬반 득표수 차이는 단 1%에 불과했다. 1% 차이로 세계 최초의 자연 복원법 채택이 취소된 것이다. 

로이터는 헝가리,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은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폴란드는 표결에서 기권할 예정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들 8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19개국은 해당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이에 유럽 환경 담당 집행위원 버지니우스 신케비치우스(Virginijus Sinkevičius)는 “우리는 빈손으로 제16차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총회(COP16)에 갈 수도 있다”며 “EU 의사결정 과정의 일관성과 안정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기후대응 선도국으로서 2022년 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총회(COP15)를 주도한 바 있다. 

네덜란드 기후 장관 롭 제텐(Rob Jetten)은 이번 사태를 두고 “엄청난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오는 선거를 고려할 때 이 상황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U는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다. 

자연복원법의 유럽 이사회 투표가 보류됐다. / 픽사베이
자연복원법의 유럽 이사회 투표가 보류됐다. / 픽사베이

유럽 농민, "생존 한계에 몰렸다"...수 주일 동안 대규모 시위중  

이번 표결이 보류된 가장 원인은 ‘뿔난 농심’이다. 오는 6월 선거를 앞두고 농민들은 정치권을 향한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최근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으로 경작비가 급상승한 데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값싼 우크라이나 농산물까지 시장에 유입돼 생존 한계에 몰렸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선거를 앞두고 많은 친환경 규정이 약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연 복원법은 EU 회원국이 달성해야 하는 자연 복원 목표치를 제시한 최초의 법이다. 2019년 출범한 집행위원회가 050년 기후 중립 달성 및 지속가능한 경제 구축을 목표로 내놓은 ‘유럽 그린딜(Grean Deal)’ 로드맵의 핵심 법안이기도 하다.    

법안이 발효되면 회원국은 2030년말까지 육지 및 바다의 20%를 우선 복원하고 2050년까지 모든 생태계 분야로 복원 조치를 확대해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국가 복원 계획도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법안 통과는 쉽지 않았다. 중도 우파인 유럽의회 최대 정치그룹 유럽인민당(EPP)이 기후 목표 및 농업과 입업 종사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투표 직전까지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EU는 살충제 규정 강화 법안을 보류하고 농가의 점검, 통제, 휴경(休耕, 지력 회을 위해 농사를 쉬는 것) 의무 요건 완화 등 농심을 달래기 위한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임팩트온(Impact O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