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부정론, 미국 의회 23% 차지…反기후 의원은 누구? 

2024-08-07     송준호 editor

미국 의회의 의원 4명 중 1명이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해외 미디어 가디언은 5일(현지시각) 기후변화 부정론을 추종하는 의원 123명이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한 연구를 소개했다. 

해당 의원들은 하원 100명, 상원 23명으로 구성됐으며, 모두 공화당원인 것으로 확인된다. 연구는 미국의 진보 성향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 이하 CAP)가 지난 14일(현재 시각) 발표한 바 있다. 미국진보센터는 기후변화 부정 의원 목록을 공개했다. 해당 목록에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발언, 의원이 받은 반(反)기후적 기부금 내역도 함께 공개되어 있다.

미국진보센터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의원 목록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의원별로 반기후 기부금(Anti-climate money)을 얼마나 받았는지와 기후변화를 부정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미국진보센터

 

反기후 의원, 숫자 줄었지만 의석 23% 차지

현재 미국 118대 의회는 535명 의원 중 123명이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입장을 드러냈으며, 이는 전체 의원의 23%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진보센터는 기후변화를 노골적으로 부정하는 입장부터 미묘하게 기후변화 대응을 방해하는 전략들이 의회에서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진보센터는 여섯 가지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에 기후변화 부정론자라고 분류했다. 다만, 해당 의원이 이전 연구 시점에 기후 변화 부정론에 해당하는 발언을 했지만 그 이후로 지속적으로 기후 과학의 타당성을 인정한 경우, 이번 분석에서는 더 이상 기후 변화 부정론자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 기후 변화가 현실이 아니거나 사기라고 믿는다고 밝힘
2. 기후는 항상 자연적 요인에 의해 변화해 왔으며 오늘날의 온난화는 단지 자연적 순환의 연속일 뿐이라고 주장
3.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거나 과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주장
4. 인간이 기후 변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주요 기여자는 아니라고 주장
5. 산불, 허리케인 등 극심한 기상 현상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심해지는 것은 기후 변화와 관련이 없다고 밝힘
6. 기후 변화의 영향이 인간에게 유익하거나 지구 건강에 긍정적이라고 주장

기후부정의 여섯 가지 유형/미국진보센터

보고서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의원의 수가 의회에서 줄어들고는 있는 상황이다. 분석에 따르면, 의회 내 노골적인 기후 변화 부정론자 수는 116대 의회 150명, 117대 의회 139명, 현재 118대 의회 123명으로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진보센터는 여전히 기후변화를 노골적으로 부정하는 의원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원내대표는 2021년 “지구가 덥고 추워지는 것을 자연이라고 하며, 허리케인이나 산불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등장했다는 생각은 오류일 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은 2018년 “기후는 태초부터 변해 왔다. 지구가 있는 한 기후는 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진보센터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가 발표한 AR6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나왔다고 지적하며, 이런 결과를 의심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정치인들이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화석연료 기부금 713억원 의회 유입…정치권 반기후 동력?

보고서는 123명의 의원들이 화석연료 산업에서 받은 기부금이 약 5200만달러(약 713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미국진보센터는 화석연료 기업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았다고 해서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의원들이 환경정책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상원(SENATE)과 하원(HOUSE)의원들 중 화석연료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 액수에 따른 순위표다. 해당 의원들이 기후변화 부정론자(Climate denier)인지 여부에 대한 평가도 포함됐다./미국진보센터

보고서는 미국석유협회(API)를 비롯해 BP, 셸, 셰브론, 엑손모빌, 토탈에너지스와 같은 주요 정유회사들이 연방 로비활동을 통해 화석연료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에 따르면, 화석연료 산업이 2023년 기준 약 1억3300만달러(약 1826억원)를 연방정부 로비활동에 사용한 것으로 집계된다.

미국진보센터는 기부금을 제공하는 화석연료 기업들의 주장에 발맞춰 많은 의원들이 기후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의 기후행동을 저해하기에 관련 의원과 화석연료 기업들은 그린워싱, 잘못된 정보 유포와 같은 행동에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