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저장장치 한 달에 390시간 가동…91%는 쉬고 있어
중국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망에 배터리저장장치(BESS)를 빠르게 확충하고 있지만, 사용량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블룸버그가 지난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 국가 에너지국은 신에너지 저장 용량이 6월 말 기준 44GW(기가와트)로 연초와 비교해 40%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미 중국의 2025년 목표를 넘어선 수치다. 중국은 지난해 2025년 말까지 최소 40GW의 배터리 저장장치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BESS, 2030년 70배 성장 예고…소규모 제조업체들, 시장 선점 효과 노려
중국은 BESS를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전력망이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BESS가 설치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중국의 배터리 저장 용량이 2021년 수준보다 7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력망 연결 배터리에 대한 투자가 364% 증가했으며, 투자금만 750억위안(약 14조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6월에는 산둥성에 795MW(메가와트) 용량의 중국 최대 규모의 ESS가 가동됐다.
리서치 기관 블룸버그NEF(BNEF)가 지난 6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규모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BESS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은 중국 양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과 BYD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요보다 많은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소규모 제조사들은 배터리 공급과잉으로 이익이 줄어들어 공장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2023년 기준 중국의 배터리 생산량의 70% 이상, 에너지저장장치는 20% 미만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규모가 큰 전기차 배터리 시장보다는 BESS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BNEF는 경쟁에서 밀린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BESS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BNEF는 BESS가 전기차 배터리보다 인증 절차가 복잡하지 않다는 점도 기회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BESS, 설치량 비해 사용량 태부족...월평균 390시간, 91%는 유휴상태
BNEF는 중국이 배터리저장장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중국의 BESS 사용 시간은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지만, 대부분 유휴상태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에너지국은 중국 최대 전력망 국유기업인 국가 전망공사의 서비스 지역을 기반으로 올해 1월부터 6개월간의 BESS 사용 시간을 계산했다. 국가 전망공사는 중국의 80%가 넘는 지역에 전력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ESS는 월평균 390시간동안 사용됐으며, 충전 및 방전 주기는 93회로 나타났다. 이는 이틀에 한번 작동한 것으로 약 91%의 시간 동안 실제적인 작업이 없었던 유휴상태였음으로 파악됐다.
중국전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ESS 시설은 하루 2.18시간, 독립시설은 하루 2.61시간만 가동되는 등 활용도가 저조했다. 산업용 및 상업용 공장의 ESS 시설은 하루에 14.25시간 작동했다.
시간대별 전기 가격 차등화...전력시장 개혁으로 인센티브 마련해야
BNEF는 이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인센티브 부족을 꼽았다. 중국 지방 정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에너지저장장치를 건설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즉, 기업들이 발전소를 짓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를 구축하지만, 이를 사용할 동기는 적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BESS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창출하기 위해 전력 시장을 개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은 최대 수요 기간에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전기 사용을 억제하는 ‘최대수요억제 요금제(peak-valley pricing)’를 도입했다. 저장 전력 공급업체는 피크 시간대에 더 높은 요금으로 저장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간대별 전기 가격이 달라지면 기업은 BESS에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높은 가격에 판매하여 거래 차익을 발생시키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BNEF는 이와 같이 기업이 BESS 사용에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전력 시장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