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광산기업 리오틴토, 기후변화 직격탄…리튬과 철광석 수급에 적신호
호주 최대 광산기업인 리오틴토(Rio Tinto)가 기후변화로 인해 유럽과 호주에서 각각 리튬과 철광석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유럽에서는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유럽 전체 수요의 90%를 충족할 수 있는 리튬 광산 개발에 제동이 걸렸다. 호주에서는 폭염이 직원의 안전과 생산성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튬 1톤에 물 200만 리터 필요…유럽서 대규모 채굴 반대 시위
리오틴토는 동유럽 국가인 세르비아에서 배터리 생산의 핵심광물인 리튬을 채굴할 예정이었으나, 2만여 명이 넘는 시민이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AFP 통신 등 해외 미디어들은 밝혔다.
세르비아 정부는 2021년 리오틴토에 자다르 광산의 개발 허가를 내줬다가, 반대 시위로 인해 2022년에 개발 허가를 취소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결국 정부가 지난달 광산 개발을 재허가하자 시위대가 다시 집결한 것이다.
해당 광산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120만톤의 리튬이 매장되어 있다. 120만톤은 유럽 전기차 연간 생산량의 17%에 해당하는 약 11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자다르 광산은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12위에 달하는 거대한 광산이다. 리오틴토는 24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광산을 개발할 계획이다.
반대 시위는 광산 개발로 인해 발생할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리튬은 1톤을 채굴하기 위해 200만 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 리튬 생산지는 가뭄의 발생 확률이 높다. 가뭄은 농업에 대한 피해뿐만 아니라 광물 채굴에 필요한 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시위로 인해 광산 개발에 차질을 빚게 됐지만, 여전히 리오틴토에게 우호적인 상황도 존재한다. 해외 미디어 폴리티코에 따르면, 리오틴토는 유럽연합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마로쉬 셰프초비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프랑스-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 등 EU 자동차 제조업체에 세르비아산 리튬에 대한 독점적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계약에 서명한 바 있다.
열 문제로 철광석 생산량 2% 하락…기온 40℃ 이상, 54일에서 124일로 늘어
한편, 리오틴토는 서호주 필바라 지역에서 철광석을 채굴하고 있는데, 철광석 광산이 있는 필바라는 50℃에 가까운 폭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필바라의 기온은 지난 12월 30일 49.3℃에 달했다. 당일에는 폭염으로 철광석을 운반하는 철도가 휘어져 호주 광산회사 포테스큐의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사고로 철로 운송이 4일 동안 중단됐었다. 리오틴토도 지난 5월 화물열차 충돌로 6일간 철로 운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인명 피해도 있었다. 49세의 탐사 현장 기술자가 필바라에서 새로운 시추 장소를 찾던 중 폭염으로 쓰러진 후 2017년 10월에 사망했으며, 두 명의 근로자도 그와 함께 16km가량을 도보로 이동했다. 리오틴토는 당시 열 대응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지만, 적절한 훈련 없이 직원들을 극한 환경에 노출해 안전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021년 8만호주달러(약 7200만원)의 벌금을 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회사의 생산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리오틴토는 지난달 2024년 3분기 필바라 광산의 철광석 생산량이 7950만 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3년 같은 기간보다 2%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는 1억5740만톤으로 전년도보다 역시 2% 낮은 생산량을 기록했다.
리오 틴토 그룹 필바라 광산의 매튜 홀츠 전무이사는 "탄소 배출량 측면에서 지구 온난화를 다양한 시나리오로 살펴볼 때 이러한 극한 기온의 기간은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의 광산기업 BHP는 필바라 광산 인근은 40℃가 넘는 날이 현재 54일에서 2070년대에 124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폭염은 송전 케이블, 도로 표면 등 여러 설비 운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광산 기업들은 열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투입된 자금으로 인해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리오틴토와 BHP, 포테스큐와 같은 호주 최대의 철광석 공급업체들은 지난 10년 동안 필바라 프로젝트에 약 16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