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TalkTalk】구글 데이터센터 신설 무산, 유럽 녹색철강 공공조달
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2주 동안 칼럼 여름휴가를 가졌고, 다시 복귀했습니다. 오랜만에 빗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는 이 시각, 저는 그제 심어놓은 배추모종을 생각합니다. 시부모님들을 뵈러 최근 주말마다 시골을 내려가는데, 들깨밭에 무성한 풀을 베어내거나, 무와 배추를 심거나 하는 농사일거리들이 생깁니다. 지난주에도 배추 모종을 심어놓았는데, 심으면서도 ‘땡볕에 바싹 말라죽으면 어떡하나’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비가 내리니, 난데없이 배추 생각이 납니다. 도심에서 온갖 채소와 먹거리들을 접할 때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건만, 그 농사경험이 저와 식재료, 음식의 연결성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우리의 의식주를 둘러싼 모든 농산품, 공산품은 ‘출처’가 있습니다. 없는 게 없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출처’가 늘 넘치는 화수분인줄로만 알았지, 그 출처가 고장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잘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고장난 출처의 경고음이 유난히 자주 들렸던 여름도 지나가고 있네요. 이번주도 3가지 픽을 소개하겠습니다.
구글 아일랜드 데이터센터, 왜 무산됐나
먼저 구글의 아일랜드 데이터센터 신설 계획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는 소식입니다. 지역 의회가 강력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고는 왠지 아일랜드 한곳으로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블룸버그와 에디 등의 소식에 따르면, 구글은 아일랜드 사우스더블린(South Dublin)에 있는 7만2000평방미터 이상 부지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을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승인됐다면 2027년부터 가동해 최소 10년 동안 운영될 인프라로, 구글 아일랜드 내 3번째 데이터센터 신설 계획이었습니다.
지역의회가 구글의 신청을 거절한 이유는 “지역의 전력망 용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구글 데이터센터가 완공된 이후, 기존 전력망에 얼마나 많은 부담을 줄지 명확한 세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일랜드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이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유럽의 데이터센터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데, 특히 수도인 더블린을 중심으로 8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이미 운영 중이며, 수십 개 이상이 계획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는 어떨까요? 국가 에너지 및 기후계획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향후 3년 이내에 아일랜드 전체 전력 소비의 31%를 차지할 수 있으며, 이는 전체 주택의 전력소비 28%를 능가합니다. 자칫하면 데이터센터 때문에 아일랜드 주민들이 전기를 제대로 못쓰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구글은 이번 데이터센터에 대해 NGO로부터 ‘그린워싱’ 지적도 받았습니다.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재생전력 100% 사용 요구에 따라, 주로 ‘오프-사이트(off-site)’ 태양광 및 풍력 프로젝트를 통해 PPA(전력구매계약)을 맺었다고 밝혀왔습니다. 흔히 말하는 구글의 ‘24/7 무탄소에너지 협약(7일, 24시간 즉 연중무휴로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구글은 2023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3.5테라와트시)에서 평균 64%에서 실시간 무탄소에너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하지만 아일랜드 비영리단체인 An Taisce는 “구글은 아일랜드에 온사이트(on-site) 재생에너지 발전을 계획하지 않고 있으며, 재생 전력 관세를 사용하는 것은 그린워싱”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구글의 무탄소에너지 주장은 미국에서 주도되고 있을 뿐이며, 구글은 아일랜드 지역 난방을 위한 데이터센터 폐열 활용 계획도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즉, 구글 데이터센터가 지역의 전기만 빨아쓸 뿐, 전력이나 난방과 같은 에너지 수급에 도움을 주는 행위가 없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구글의 2024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2019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50% 가량 증가했으며, 그 이유는 AI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에너지 집약적인 인프라 개발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빅테크들은 ESG의 수혜주로 손꼽힐 정도로, 정유 및 철강 등 에너지 다배출업종에 비해 유리한 입지를 가져왔습니다. MS가 야심차게 ‘2030 카본 네거티브(Carbon Negative, 배출한 양보다 더 많이 탄소를 거둬들여, 마이너스 배출을 달성하겠다는 것)’를 약속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죠. 하지만 후끈 달아오른 AI 경쟁으로 이러한 빅테크의 넷제로 달성목표가 과연 이뤄질지에 대한 의문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빅테크의 데이터센터가 갖고오는 환경 과부하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지요.
최근 FT에 따르면, 아마존, MS, 메타, 구글 등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수십개가 몰려있는 버지니아주에서는 데이터센터 관련 물 사용량이 18억5000만갤런(70억리터)로, 4년 전보다 64%나 증가해 화제가 됐습니다. 데이터센터 수가 59% 늘면서, 물 사용량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죠. 가뜩이나 가뭄인데, 데이터센터가 가뭄을 가속화한다고 하니 ‘밉상’이 된 것이죠. 환경단체들은 “데이터센터가 물부족지역에서 냉각수를 조달함으로써, 피해를 심화시킨다”고 비판합니다. 빅테크들은 물 사용량을 줄이고, 사용한 물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표를 잇따라 하고 있으며, 수처리 기술에도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전 세계는 chatGPT를 포함한, AI 인프라를 열심히 사용하는데 몰두하고 있지만, 그 ‘출처’인 데이터센터 전기와 물 사용량 등의 환경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무지합니다. 하지만 곧 청구서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끌시끌할 지도 모릅니다.
유럽연합, 녹색철강 공공조달 의무화 할까?
두번째 소식은 유럽의 철강업체들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5) EU 집행위원장에게 ‘녹색철강 구매 규제’를 원하고 있다는 30일(현지시각) 유랙티브의 보도입니다.
폰데어라이엔은 지난 7월 18일,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유럽연합의 행정부 수장으로 연임된 바 있습니다. 그녀는 재선을 앞두고 “첫 100일 이내에 ‘클린산업협정(Clean Industrial Deal)’을 제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것을 두고, 유럽 철강업계는 기후친화적인 녹색철강 공공조달 및 의무구매 할당 관련 정책이 시행될 지 초미의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럽은 수소 혹은 전기에 기반한 녹색철강 생산을 늘리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써왔습니다.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ETS(유럽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탄소가격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철강업체들은 녹색 철강제품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이 전환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유럽철강기업협회인 유로퍼(Eurofer)의 악셀 에거트(Axel Eggert) 사무총장은 “수소나 재생가능전기를 사용할 경우, 코크스 석탄을 사용하는 것보다 철강생산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며 “일반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이러한 (녹색철강 생산) 추가 비용을 전가할 수 없으며, 이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고객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로퍼는 EU정책입안자에게 보낸 레터를 통해 “전환기에 있는 산업은 청정제품의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기후친화적인 제품이 정착될 때까지 ‘녹색리드시장(green lead markets)’을 도입하고, EU 국가들은 공공조달, 제품 요구사항 및 표준을 통해 ‘메이드인 유럽’의 녹색제품을 지원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녹색리드시장 계획은 그리스 및 독일을 포함한 국가와 환경단체 및 노조 등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유랙티브에 따르면, 독일 경제부 과학자문위 2023년 보고서 주저자인 클라우스 슈미트 뮌헨대 경제학 교수를 비롯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철강업체에 직접 지급되는 보조금보다 이러한 녹색리드시장은 ‘시장에 기반한 해결책’이라며 더 나은 대안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애거트 사무총장에 따르면, 녹색철강의 생산비용은 톤당 600-800유로(88만~118만원)에 판매되는 기존 철강보다 톤당 300유로(44만원) 정도 더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정부가 공공조달의 일환으로 녹색철강을 구매하도록 의무화하거나, 건설 또는 자동차산업에 일정한 녹색철강 최소구매 비율을 강제하도록 해야 합니다. 에거트 사무총장은 “공공조달은 여전히 가격만을 기준으로 결정하고 있으며, 유럽은 2040년 90% 감축 목표를 지니고 있으면서 여전히 공공조달 원칙으로 가장 저렴하면서(cheapest), 더러운(dirtiest) 것을 택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안티 ESG법 본거지 텍사스주, 소송 당했다
마지막 소식은 텍사스주가 ‘안티 ESG법’ 때문에 소송을 당했다는 소식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곳은 ‘미국 지속가능기업협의회(ASBC, American Sustainable Business Council)’로, 지속가능성 관련 논의를 하는 수천 개 기업의 협의체입니다. 이 협의회는 안티 ESG법안을 지지해온 텍사스의 글렌 헤가 감사관과 주 법무장관 켄 팩스턴을 고소했습니다.
소장에 따르면, “2021년에 제정된 안티 ESG법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려는 기업에게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처벌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러한 텍사스 주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또 “법이 수정헌법 제1조에 어긋난다”며 “정당한 국가 이익에 근거하지 않고, 정치화된 차별적 관점에 기반해 (회원들의)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침해한다”고 밝혔습니다.
글렌 헤가 감사관은 이메일성명을 통해 이 소송을 “경박하다”고 표현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안티 ESG법안에 따라 텍사스는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보이콧을 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블랙리스트(금융회사 및 펀드목록)를 발표합니다. 소위 블랙리스트가 될 경우, 연기금과 같은 국가기관은 이들과 계약할 수 없고 보유중인 포트폴리오에서도 매각해야 하며, 이들 금융기관은 특정 공공계약에 입찰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 12개 블랙리스트 명단이 있는데, 대부분은 유럽회사이지만, 미국회사로 공화당의 타깃이 되어온 블랙록이 포함돼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유럽의 냇웨스트(Natwest)그룹이 포함됐으며, 수백 개의 개별펀드가 블랙리스트에 속해있습니다.
미국 지속가능기업협의회는 소장에서 “회원들이 이 법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에토 캐피털(Etho Capital)과 아워 스피어(Our Sphere)가 제공한 플래그십 펀드는 블랙리스트펀드목록에 포함돼, 연기금의 투자금지펀드가 되었습니다. 소장에서 이들은 “이 법안이 시행되는 동안, 에토 캐피털과 스피어 등 ASBC회원들은 텍사스의 다른 법인들과 사업적인 경쟁을 할 수 없다”며 “이 법은 이들기업이 주요시장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없게 해놓았다”고 밝혔습니다.
텍사스주에서 비롯된 안티 ESG법안은 지난 3년 동안 미국 내에서 속속 시행됐지만, 최근에는 법정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고 합니다. 오클라호마의 법원에서는 안티ESG법안이 시행되는 것을 막았으며, 이달 연방판사는 미주리주가 ESG투자를 제한하는 2023년 규칙에 대해, 불법으로 판단한 후 이를 시행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2021년부터 계속 불어오던 안티 ESG의 역풍인 셈입니다. 세상 일이 그렇듯이, 정치적인 논리로 규제를 밀어부치면 시간이 걸릴뿐 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좋은 규제인줄 알았던 정책이 한참 후에 나쁜 규제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안티 ESG법안을 반대하는 소송을 지원하는 기관인 ‘데모크라시 포워드(Democracy Forward)’의 스카이 페리먼 대표는 “텍사스법이 지방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며, 또 안티 ESG법안이 텍사스 지자체의 차입비용을 증가시켰다는 연구도 소송에 인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텍사스주는 오랜 기간 기업하기 좋은 주라고 말해왔지만, 안티 ESG법안은 반기업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요즘은 바빠서 제대로 기사를 쓰지 못합니다. 칼럼을 쓸 때마다 전체 외신들을 훑어보다보면, 우리가 놓친 기사도 보이고 맥락을 길게 해설하면 참 좋은 콘텐츠가 될텐데 하는 기사도 보여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꼰대 마인드입니다. 저야 이제 글쟁이를 넘어 조직의 대표로서 살아야 하는 운명이 되었으니 아쉬워도 어쩔 수 없습니다만, ESG와 기후에 관한 기사와 콘텐츠들이 더 풍성해질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아용품 시장과 미디어 시장의 공통점은 이용자(유아, 독자)와 구매자(부모, 광고주)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 한계점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디어는 구독 전략을 펼칩니다만, 별로 성공하지 못합니다. 이용자의 공짜 습관을 바꾸는 것은 너무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 시대에 미디어를 하는 것은, 어쩌면 자선사업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임팩트온 또한 다른 사업에서 번 돈으로 미디어를 운영하니까요. 미디어 사업은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좋아하는 건, 말리지 못하지요.
늘 감사한 구독자 여러분. 이번 한주도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