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앤컴퍼니, CEO 위한 보고서 발표... '대담한 약속'에서 '합리적 실용주의'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급감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미국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는 '미래 지향적 CEO를 위한 지속가능성 가이드 2024(The Visionary CEO’s Guide to Sustainability 2024)' 보고서를 발표, 인공지능(AI),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안 등으로 지속가능성이 경영진들의 우선순위에서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속가능성 기조, '대담한 약속'에서 '실용적 합리주의'로 전환 중
2021~2022년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대담한 청사진을 그리는 해였다면, 2023년 이후로는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합리적 실용주의’가 부상했다.
실제로 기업들 사이에서는 지속가능성 목표를 조정, 지연시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탄소 감축 성과를 보고하는 기업들의 데이터를 보면, 30%의 기업들은 스코프 1(직접 배출)과 스코프 2(간접 배출) 목표에서 크게 뒤쳐지고 있으며, 스코프 3(공급망 전체 배출) 목표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이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스스로 설정한 기후 목표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60%는 최근 2년 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고 답했으며, 기업 고객 중 36%는 지속가능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협력업체와는 거래를 끊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B2C, B2C 구매자들 모두 거래 시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후 목표가 지연되면 환경, 사회적 손실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큰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이 1.5도를 넘어 2도에 이르면 S&P500 지수의 가치가 6조달러(약 8043조원) 정도 감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주식 시장을 대표하는 500대 기업들의 시장 가치가 6조달러(약 8043조원)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후 목표 늦추는 것은 '실수'...
미래 지향적 기업일수록 지속가능성으로 시장 선도해 나갈 것
베인앤컴퍼니의 글로벌 지속가능성 실천 리더 장-찰스 반 덴 브란덴(Jean-Charles van den Branden)은 “지속가능성 약속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기후 목표 축소나 지연을 고려하고 있지만,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은 실수”라며 “지속가능성을 지원하기 위한 많은 기술들이 예상보다 빨리 상용화 단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지향적인 기업들은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한 정책과 소비자 행동 분석을 결합,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10개국 1만9000명의 소비자들 중 61%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지난 2년 동안 증가했다고 답했다. 전 세계 소비자 76%가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유로 “스스로의 행동이 환경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최근 극심한 이상 기후를 겪은 브라질(90%), 인도네시아(90%), 이탈리아(84%) 소비자들 사이에서 특히 더 두드러졌다.
지속가능한 쇼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브랜드나 소매유통업체의 인식 제고 캠페인 등을 꼽았다. 즉 브랜드나 유통업체의 정보나 홍보활동이 제품 구매 시 의사결정이 크게 관여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소비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로는 극심한 날씨에 대한 개인적 경험(35%), 언론 보도 및 다큐멘터리 시청(33%), 브랜드 및 소매업체의 환경 인식 캠페인(28%) 등을 꼽았다.
기업 고객들도 또한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 고객 중 36%는 지속가능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공급업체라면 '오늘' 계약을 해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3년 뒤라고 답한 응답자들도 57%에 달했다.
특히 기업 고객 중 50%는 지속가능성 제품 구매를 위해 5% 이상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향후 기업들의 지불 의사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속가능성 판매 촉진을 위한 4가지 전략...
AI와 지속가능성 전략 결합해야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지속가능성에 민감한 고객을 우선순위로 설정해야 한다. 데이터를 활용해 지속가능성 고관여 소비자 그룹을 식별하고, 이들의 지출 규모,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 분야 등을 분석해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구체적인 고객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성 관심도가 높은 고객에게는 제품의 탄소감축 효과를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셋째, 영업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제품 판매는 전통적인 판매 방식과는 다른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영업 인력들이 제품이 보유한 지속가능한 가치와 고객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 목표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적절한 교육과 인센티브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넷째, 고객이 제품을 통해 얻게 될 모든 가치를 파악하고 이를 판매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으로 고객이 얻을 수 있는 환경적 가치는 물론, 경제적, 사회적 가치까지도 고려해 가격 책정, 마케팅, 타깃시장 설정 등 모든 판매 전략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전략을 지원해줄 도구로 AI를 추천했다. AI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 패턴과 관심사를 분석하면 보다 구체적인 타깃 그룹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품 라벨에 탄소감축 성과 정보를 담은 QR코드 등을 부착하면, 소비자들이 이를 스캔하여 제품이 주는 환경 효과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그 밖에 기업의 지속가능성 활동에 대한 실시간 노출, 제품 수명 주기 등을 AI를 활용해 공개하면 기업 신뢰도와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브랜든 리더는 AI 사용은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한 이후 지속가능성 전략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