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품선물거래위, 자발적 탄소시장 최종 지침 발표…ESG 정치화 비판도 제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20일(현지시각) 자발적 탄소시장(VCM)에 대한 최종 지침을 발행했다. 이 지침이 나온 이유는 탄소 크레딧의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주요 탈탄소화 방식으로 주목 받아온 자발적 탄소시장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CFTC는 지난해 12월 초안을 내고, 2월까지 85건의 공개 의견을 받아 종합한 후 9개월 만에 최종안을 발간했다. CFTC(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는 선물과 옵션시장을 감독하는 미국 연방정부 내 독립 기관이다. CFTC는 지난해 6월 환경사기 태스크 포스를 출범하여 자발적 탄소시장 내의 그린워싱을 조사해왔다.
CFTC, 지침 발표…그린워싱 방지할 법적 책임 있어
CFTC가 발표한 지침은 이름대로 법적 효력은 없다. 로스틴 베넘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영국의 미디어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지침은 더 강력한 도구인 규제와는 다르지만, 좋은 출발점인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이 지침은 위원회가 규제하는 거래소(DCM)나 상품거래법으로 지정된 선물계약시장에 적용된다. 거래소는 지침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가 시행됨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나 감축되는 지 여부를 고려해야 하며, 이중 계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CFTC는 크레딧에 대한 제3자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CFTC는 지침 개발과 관련해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IOSCO는 지난해 12월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21개 개선 방안을 제시했으며 연말에 새로운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베넘 위원장은 성명에서 지침을 “자발적 탄소시장의 무결성 기준을 강화하는 데 큰 진전을 이뤄온 민간 부문의 다자간 이니셔티브와 정부가 협력해 만든 민관 파트너십의 산물”이라고 평했다. 그는 “EU증권시장감독청(ESMA)의 베레나 로스 의장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지속가능금융 태스크포스는 IOSCO가 진행 중인 작업물을 보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찬성 4표, 반대 1표...“자발적 탄소시장은 CFTC가 다룰 의제 아냐”
이 지침은 CFTC 위원들의 투표에서 찬성 4표와 반대 1표로 채택됐다. 반대표는 공화당 출신의 서머 머싱거 위원이 던졌다.
머싱거 위원은 “CFTC와 같은 규제기관이 다룰 의제로 자발적 탄소시장은 적합하지 않으며, 이는 정치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CFTC는 민주당의 로스틴 베넘 위원장, 크리스틴 존슨, 크리스티 골드스미스 로메로 위원, 공화당의 캐롤라인 팜, 서머 머싱거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탄소 크레딧이 전체 거래소(DCM)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함에도 이 상품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머싱거 위원은 “다른 파생상품들에 비해 해당 탄소 크레딧이 과하게 관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침이 자발적 탄소시장의 변화를 추동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그는 “이 지침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제가 아니기에 시장의 투명성을 증진시키는 효과도 낼 수 없다”며 “ESG와 탄소중립 목표는 파생 상품이 법적 규제 의무를 준수하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비판했다.
머싱거 위원은 “CFTC가 이처럼 구속력 없는 의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특정 정치적 생각을 규제에 주입하려는 우회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탄소 크레딧도 다른 파생상품과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