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지침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가 최근 새 이행 지침을 발표한 이후로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지침을 낸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지침은 국제증권관리위원회(IOSCO)가 COP28에서 자발적탄소시장 표준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이하 위원회)는 4일(현지 시각) 자발적 탄소배출권 파생상품 계약의 거래에 관한 지침을 제안했다. 이 지침은 위원회가 규제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소나 상품거래법으로 지정된 선물계약시장에 적용된다. 

이 지침은 자발적 탄소배출권 파생상품에 대한 연방 가이드라인으로 제안됐다. 현재 의견 수렴 단계로 내년 2월 16일까지 지침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자발적 탄소배출권 파생상품에 대한 지침을 발표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CFTC 홈페이지
자발적 탄소배출권 파생상품에 대한 지침을 발표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CFTC 홈페이지

파생상품 거래량 확대 위해 탄소시장 지침 제시

자발적 탄소시장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의 신뢰도에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걷어붙였다. 

위원회는 2023년 11월 기준으로 자발적 탄소 시장 상품에 대한 18개의 선물 계약이 상장하기 위해 기관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다만, 의미 있는 거래량을 기록한 상품은 3개에 불과하여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로스틴 베넘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은 “CFTC가 발표한 지침은 탄소시장에 대한 2년간의 조사와 기후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수년 간의 연구의 결과”라며 “목표는 자발적 탄소 파생상품 시장의 투명성과 유동성, 무결성 강화하여 실제적이고 추가적이며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한 배출권이 거래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의 크리스틴 존슨 CFTC 위원은 “환경 상품 시장과 탄소 배출권에 대한 기본 현물 시장은 사기로 가득 차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오늘 발표된 지침은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중요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지침에 따르면, 상장 기업은 자발적 탄소 배출권에 대한 품질 표준, 인수도(delivery) 및 검사 조항을 수립해야 한다. 위원회는 해당 요건에 대해 기업이 쉽게 조작할 수 없는 계약만을 상장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런 노력은 탄소 배출권 파생상품의 가격을 명확하게 찾고 신뢰성을 보장하여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거래소는 이 지침에 따라 탄소 파생상품 계약에 '추가성'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즉, 파생상품을 통해 추가적으로 줄일 수 있는 탄소 감축량을 명확하게 보장하는 게 관건이다.

 

SEC vs CTFC, 탄소시장의 감독기관 자리 두고 싸움 시작되나

자발적탄소시장 지침은 탄소배출권 현물시장이 아닌 파생상품 시장에서 먼저 제시됐다. 베넘 위원장은 “지침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등록된 거래소에 책임을 묻는다. 더 많은 권한을 가진 기관의 규제와는 다르다”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이어, 그는 “더 많은 시장 참여자가 이 지침을 ‘기본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발언했다. 이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자발적탄소시장의 주요 감독기관을 맡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상품거래위원회는 지난해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에 대한 개념을 두고 증권거래위원회와 힘겨루기를 한 바 있다. 가상화폐가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중 어느 기관의 관할권에 속하느냐에 따라 감독기관의 영향력이 갈리기 때문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규제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베넘 위원장은 “위원회는 탄소배출권 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에 모두 선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파생상품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기초 시장의 건전성을 보장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즉, 파생상품은 현물을 기반으로 설계되므로 기본 시장이 흔들리면 파생상품 시장에도 그 문제가 그대로 전달된다는 의미다. 

베넘 위원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 분야는 입법 공백이 존재하고, 자발적 탄소시장을 감독할 수 있는 기관의 출현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며 입법 난항을 예견했다. 위원장은 CFTC의 권한을 확대하여 현물 탄소배출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의회와 논의했지만, “아직은 (법제화) 의욕이 없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별도의 성명에서 이 지침을 "탄소 배출권의 무결성을 촉진하고 탄소 배출권에 대한 유동성, 가격 발견, 책임 있는 상품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재무부는 올해 초 투명성 및 무결성과 관련된 자발적 탄소 시장의 문제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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