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석탄 발전 팬데믹 후 첫 감소... "EU CBAM은 개도국 에너지 전환에 부정적"
인도의 석탄 화력 발전량이 지난 8~9월 감소세를 보였다. 인도의 석탄 발전량이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처음이다.
9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인도 중앙전력청(CEA)의 데이터를 인용해 이와 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주요 원인은 태양광 발전 급증 및 전력 수요 감소라고 분석했다.
인도, 강우량 늘면서 석탄 발전량 급감...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
인도 중앙전력청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의 석탄 화력 발전량은 전년 동기 대비 8월에는 4.9%, 9월에는 5.8% 감소했다. 47개월 연속으로 증가하던 석탄 발전량이 두 달 연속 꺾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원인은 수요 감소 및 재생에너지 확충이다. 올해 3분기 인도 내 전체 전력 수요 증가율은 1.1% 그치며, 9.7% 증가했던 올해 상반기 대비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7~9월이 비가 많이 내리는 몬순 기간이었던 만큼,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에어컨 수요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비는 수력발전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강우량이 높아지면서 지난 9월 인도의 수력 발전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하며 화력 발전의 비중 감소에 기여했다.
가장 크게 기여한 재생에너지는 태양광이다. 인도 중앙전력청은 9월 태양광 발전이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다며, 전체 전력 믹스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3분기 13.9%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하며 석탄 의존도를 전체 발전 믹스에서 67.2% 수준으로 낮추는데 기여했다.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라 석탄 생산량도 줄었다. 세계 최대 석탄 광산업체이자 인도 전체 석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인도석탄공사(Coal India)의 3분기 석탄 생산량 및 공급량은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급격히 감소했다. 발전용 석탄 수입량 또한 전년 대비 크게 감소, 올해 두번째로 높은 하락율을 기록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도의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전력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P, 무디스(Moody's)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애널리스트들 또한 산업 성장과 경제 활동 증대로 2024년 인도 전력 수요가 전년 대비 8%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전력 수요 증가율 6.4%를 웃도는 수치다.
2022년 9월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5%까지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2016년에 설정한 목표보다도 10% 높아진 수치다.
인도, CBAM은 불공정... 일방적 규제 아닌 국제사회 협업해야
EU와 FTA 협상은 차질 없이 진행
재생에너지 확충을 가속화하면서도 인도 정부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불공정하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에너지 전환은 서구 선진국의 일방적인 규제가 아닌 글로벌 협력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9일(현지시각) 인도 재무장관 니르말라 시타라만(Nirmala Sitharaman)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최한 ‘2024년 에너지 전환 서밋(Energy Transition Summit 2024)’에서 "CBAM은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에 어려움을 준다"며, "지난 수십 년간 탄소배출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룬 유럽 등 선진국들이 이제 성장하려고 하는 개발도상국에게 같은 수준의 기후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라고 말했다.
EU는 2026년 1월부터 철강, 시멘트, 비료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7개 산업부문에 CBAM을 적용,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인도의 주요 수출 품목에는 철강, 시멘트 등 CBAM 규제 항목이 포함돼 있다.
EU는 인도의 주요 수출 시장으로, 2023~2024년 인도와 EU의 총 무역 규모는 1374억1400만달러(약 185조5089억원)를 기록했다. 인도의 수입액은 614억8000만달러(약 82조9857억원), 수출액은 759억3000만달러(약 102조4903억원)다.
이날 시타라만 재무장관은 CBAM을 비판하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인도와 EU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EU FTA 협정은 2007년 처음 시작됐으나 2013년 중단된 후 2022년 재개됐다.
이후 현재까지 9차례의 회담이 진행됐으며, 협의 내용에는 관세 인하, 시장 접근성 개선, 투자 보호, 지식재산권, 지속가능성 등 광범위한 주제가 포함돼 있다.
EU는 CBAM, 삼림 파괴 규제(EUDR) 등 지속가능성 관련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인도는 이러한 조치가 자국 산업 경쟁력과 경제 발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에너지 전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도 현지매체 힌두스탄 타임스(HindustanTimes)는 지난 6월 열린 FTA 8차 회담에서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과 중소기업 등 두 개 부문에 대한 합의가 완료되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