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인도를 방문한 유럽연합 대표단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이하 CBAM)에 관해 논의했던 인도 정부의 관리들이 인도는 EU CBAM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의 29일(현지시각) 보도에 의하면, 유럽 위원회 산하 조세 및 관세 동맹 국장 게라시모스 토마스(Gerassimos Thomas)가 이끄는 EU 대표단의 CBAM 제안을 인도 경제부 장관 아제이 세스(Ajay Seth)가 거부했다.
세스 장관은 "제안이 실용적이지 않으며, 제공하는 솔루션은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 경제에는 효과가 없다"며, 제안된 CBAM이 인도의 국내 시장 비용을 고려할 때 불공평하고 해롭다면서 EU 대표단에게 거부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철강, 알루미늄 , 시멘트 등 탄소 제품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는 세계 최초의 계획을 승인했다.
EU CBAM에 반대하는 국가는 인도 뿐이 아니다.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거부 입장이어서 유럽연합은 이들 국가를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도, 생산비 상승 감당 못하고, EU와의 FTA에도 불리하다고 판단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표단은 인도 관리들에게 CBAM의 주 목적은 수익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EU 시장에 친환경 제품 공급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인도가 EU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공급망 발전에 자금을 지원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체 탄소세를 시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세스 장관은 철강 산업의 녹색화는 경제에 더 높은 비용을 수반할 것이며 "소득 수준이 유럽 소득 수준의 20분의 1에 불과한 인도는 더 높은 생산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관은 "우리는 현재 약 170~180 기가와트의 재생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야간에는 사용할 수 없다"면서, EU 시장만을 위해서 친환경 수출품을 생산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도정부에 녹색 철강으로 전환하는 계획이 없다고 가정할 때, EU는 2026년 1월 1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탄소세를 징수할 계획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추가되는 탄소세 세율은 20~35% 사이다.
인도 뉴델리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인 GTRI(Global Trade Research Initiative)의 연구원이자 설립자인 아제이 스리바스타바(Ajay Srivastava)는 "인도가 EU와 FTA를 협상함에 따라 인도 제품이 EU에서 20~35%의 높은 CBAM 세금을 부과받고, EU의 제품은 탄소배출이 적어서 인도에 면세로 반입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CBAM 이슈가 양국의 FTA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U는 2023년 총 수출액이 약 1000억 달러(약 138조원)에 달하는 인도의 두 번째로 큰 수출 대상국이다.
세스 장관은 인도가 EU가 2015년 파리 협정에서 합의한 탄소 배출 규칙을 준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파리협정에 의하면, 인도는 개발도상국으로 간주되어 선진국에 비해 더 유연한 배출 감축 목표가 허용되기 때문에 유리하다.
탄소 집약도가 KWh당 632g 인 인도는 재생 가능 용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2018년 이후 탄소 집약도를 3.5% 줄였다. 또한, 인도 정부는 207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철강을 수출하는 중국도 중국 국영 철강협회(CISA)가 지난해 11월 EU CBAM이 새로운 무역 장벽이라고 지적하며 반발했다. EU CBAM 때문에 중국의 철강 제품 수출 비용이 4%에서 6%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중국 국영 철강협회 부회장 장웨이(Jiang Wei)가 기자들에게 주장했다.
컨설팅 회사 우드 맥켄지(Wood Mackenzie) 역시 지난 9월 CBAM이 인도와 중국으로부터의 철강 수입 비용을 크게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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