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포드와 13조 규모 상용차 배터리 공급 계약

2024-10-17     홍명표 editor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포드 자동차의 로고./LG에너지솔루션 홈페이지.

LG에너지솔루션은 15일 미국 포드(Ford) 자동차와 총 109GWh 규모의 전기 상용차 배터리 셀·모듈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경영상 비밀 유지의 이유로 구체적인 계약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가 집계한 지난해 셀 가격(kWh당 89달러)과 현재 환율을 반영해 업계는 약 13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공급 계약에는 지난해 양사가 추진한 튀르키예 앙카라 배터리 합작법인 물량과 신규 추가 수주 물량이 포함되었다. 계약은 두 건으로,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간 75GWh,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34GWh를 공급한다. 

지난해 초 양사는 튀르키예 앙카라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했으나, 시장 상황을 고려해 LG에너지솔루션의 기존 생산 공장에서 물량을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LG, 전기 상용차 배터리를 납품함으로써 기술과 상품성 인정받아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하는 배터리는 포드의 차세대 전기 상용차 모델 이-트랜짓(E-Transit)에 탑재될 예정이며, 상용차 모델 특성상 높은 출력과 에너지 밀도, 긴 수명이 요구되는 만큼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파우치형 배터리가 공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양사는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 중인 포드 머스탱 마하(Mustang Mach)-E용 배터리를 2025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합의했으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활용해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포드의 이-트랜짓과 같은 전기 상용차는 일반 전기 승용차보다 배터리 용량이 크고 평균 주행거리가 길다. 또한, 눈과 비 등 극한 환경에서도 운행되는 경우가 많아 내구성이 더 강한 배터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기 상용차 배터리를 선택할 때 고객사들은 '고출력'과 '장수명' 등 높은 품질과 기술력을 갖춘 고성능 배터리를 선호하며, 이에 따라 전기 상용차용 배터리는 단가가 높고 장기 계약이 가능해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평가된다.

한편, 유럽의 전기 상용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전문 리서치 업체 LMC 오토모티브(LMC Automotive)에 따르면,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은 연평균 약 36% 성장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유럽 상용차 시장에서 전기차 침투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포드와의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체결한 전기 상용차용 배터리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로,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공장에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해 포드에 공급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8일에도 메르세데스-벤츠와 10년간 50.5GWh 규모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수조 원 규모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지 1주일 만에 또 한 번 대형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장착되는 미국 포드의 E-트랜짓(Transit) 전기 밴(Van)./포드 홈페이지.

LG배터리가 장착되는 포드 전기 상용차는 베스트셀러 모델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하는 배터리가 장착될 포드의 E-트랜짓 전기 밴은 유럽에서 판매될 예정이며, E-트랜짓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은 대당 84kWh로, 이번 전체 공급량(109GWh)을 기준으로 약 100만 대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MarkLines)에 따르면, 포드의 E-트랜짓은 지난해 6175대 판매되었고, 올해 1~8월 동안 2537대가 판매되어 전년보다 실적이 저조했다. 이는 유럽 각국에서 전기차 판매 보조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LMC 오토모티브는 2030년 유럽 상용차 시장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랜짓 내연기관 모델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연속 경상용차(LCV)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기 때문에 전기차 모델인 E-트랜짓의 수요도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드의 대표 상용차 모델인 트랜짓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연속 글로벌 소형 상용차(LCV)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유럽 상용차 시장에서 판매 상위 3개 모델 중 2개가 포드 트랜짓이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일본 상용차 업체 이스즈 모터스와 원통형 셀, 모듈, 팩 등 토탈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4월에는 미국 FEPS와 19GWh 규모의 상용차용 배터리 공급 합의서를 체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폴란드의 배터리 팩 제조·판매 기업 ICPT와 전기 상용차용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