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냈다. LFP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기업 CATL와 BYD를 제치고 달성한 '쾌거'다.

이에 에너지컨설팅기업 라이스태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보고서를 내고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LFP 전쟁에 본격적인 ‘참전 선언’을 했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계약은 국내 배터리 기업이 따낸 첫 차량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이다. 

 

지정학적 긴장, 우리에겐 '기회'...

중국 기업들도 유럽, 미국 현지 생산기지 건설 나서  

국내 기업들은 모두 LFP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에서 LFP 배터리 생산에 들어갔고, 삼성SDI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ESS용 LFP 배터리 개발에 들어갔다. SK온은 2023년 3월 배터리 3사 중 최초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2026~2027년 양산이 목표다. 

라이스태드 에너지는 LFP 배터리 전기차 보급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 분야에 선두주자로 BYD와 테슬라를 꼽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또한 ‘중국 LFP 배터리 공급망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술 발전으로 LFP 배터리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에너지 밀도, 즉 짧은 주행거리가 개선되었다고 분석했다. 가격이 싸고 성능도 좋아지자 자연히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중국 시장 내 LFP 및 삼원계 배터리 점유율 추이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 시장 내 LFP 및 삼원계 배터리 점유율 추이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이미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LFP 배터리 점유율이 삼원계를 넘어섰으며, 가까운 미래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역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글로벌 배터리 업계는 LFP를 더 이상 저가 옵션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중국의 LFP 배터리 수출량도 전년 대비 49.1% 증가했다.

중국산 배터리 수출 현황 / 라이스태드 에너지 
중국산 배터리 수출 현황 / 라이스태드 에너지 

시장은 또 변화하고 있다. 서방세계와 중국과의 무역갈등이 계속되면서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중국산 배터리 견제에 나서면서 우리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도 나름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유럽, 미국 등 현지 생산시설 구축에 나선 것이다. 인수합병(M&A)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엔비전그룹(Envision Group)은 일본의 배터리 기업 AESC를 인수,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엔비젼 AECS는 지난 7월 스페인에서 LFP 배터리 기가팩토리(초대형 생산기지) 기공식을 개최했다. 엔비젼 AECS의 스페인 공장은 유럽 최초의 LFP 공장이 될 것으로 보이며, 2026년 첫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표적인 중국 배터리기업 CATL 또한 유럽, 미국 현지 기업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 주요 업체와의 협력관계를 통한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LFP 셀 현황 / 라이스태드 에너지
유럽과 미국의 LFP 셀 현황 / 라이스태드 에너지

라이스태드 에너지는 "삼성SDI는 2025년 말 헝가리에서, SK온은 2026년부터 유럽 또는 중국에서 LFP 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보호무역주의 등 복잡한 국제 정세를 극복하기 위한 배터리기업들의 현지 생산기지 구축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원계 배터리 vs. LFP 배터리  

배터리 기업들이 생산하는 전지란 주로 이차전지를 말한다. 시계나 리모컨 등에 사용되는 전지, 즉 한 번 사용하고 나면 폐기해야 되는 일차전지와 달리 이차전지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해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한 필수 원자재가 바로 ‘리튬’이다. 전지의 양쪽 끝인 양극에서 음극으로 리튬이온이 왔다 갔다 하면서 전기가 저장, 방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리튬이 단독으로 쓰이기엔 불안정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배터리는 리튬과 다른 금속 원소들을 결합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배터리 명칭도 양극재를 이루는 금속 원소들의 조합에 따라 달라진다. 

그간 국내 배터리업계는 주로 리튬 코발트 산화물(LCO)을 기본으로 3가지 금속 원소를 혼합해 만드는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해 왔다.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2019년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의 삼원계 배터리 비중은 무려 94.4%에 달했다.      

우리 기업들이 삼원계에 집중해 온 이유는 탁월한 성능 때문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더 많은 전기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어 보다 긴 전기차 주행거리를 보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무게도 가벼워 연비 또한 우수하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삼원계로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 중국은 LFP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LFP의 핵심 소재인 철(Fe)은 삼원계의 코발트(Co)보다 매장량이 훨씬 풍부하다. 자연히 삼원계보다 가격이 30% 이상 저렴하다. 단점은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고 무게도 무거워 연비가 안 좋다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기업들이 초기 LFP 배터리 개발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이유다.

이후 시장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전기차 성장이 둔화되면서 ‘값싼 배터리’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최근 곳곳에서 큰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커졌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도 확대되면서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 배터리 니즈도 증가했다. ESS는 용도 특성상 무게가 다소 무거워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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