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기차 전환은 말로만...내연기관차에 60조원대 보조금 지급
- 20조원대 보조금, 1위는 이탈리아, 2위 독일…느려지는 전기차 전환 - 환경오염도 높은 SUV에 22조원 보조금…연 1330만원 세금 혜택
유럽연합(EU)이 내연기관차 종식과 전기차 전환을 얘기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럽의 환경단체인 교통과 환경(T&E)은 21일(현지시각) 유럽의 주요 5개국이 회사 소유의 내연기관차량에 연간 420억유로(약 63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20조원대 보조금, 1위는 이탈리아, 2위 독일…느려지는 전기차 전환
T&E가 글로벌 컨설팅사인 ERM에 의뢰하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많은 보조금을 지급한 국가는 이탈리아다. 보조금액은 160억유로(약 24조원)이며, 그 뒤로 독일이 137억유로(약 20조원), 프랑스가 64억유로(약 10조원), 폴란드가 61억유로(약 9조원)를 지급했으며, 스페인은 1억유로(약 1495억원)로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제공했다.
보조금은 개인이 아닌 회사 차량에 세금 감면과 연료 사용 혜택, 감가상각 공제 등 전통적인 형태로 지급됐다. 이런 보조금은 T&E는 이 보조금이 기업 차량은 유럽의 신차 판매량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기업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개인이 2024년 상반기에 등록한 개인 신규차량 중 배터리 전기차(BEV)가 차지하는 비율은 13.8%였으나, 기업은 이를 하회하는 12.4%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에 내연기관차에 높은 벌금과 적은 세금 혜택을 적용하고, 전기차에 세금 공제 혜택을 크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영국은 이와 같은 조치를 통해 2024년 1분기에 회사 차량의 전기차 비중이 21.5%로 나타났다. 개인 차량의 전기차 비중은 8.6%다. 스페인도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혜택이 적지만, 전기차 전환에 대해 최소한의 인센티브만을 제공하기에 기업용 EV 비중이 3.7%로 낮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오염도 높은 SUV에 22조원 보조금…연 1330만원 세금 혜택
보고서는 배기가스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SUV)에 보조금이 더 크게 적용된다며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T&E는 연간 420억유로의 보조금 중 약 36%인 150억유로(약 22조원)가 SUV에 지급된다고 전했다. 보조금은 회사 소유의 SUV가 개인 소유보다 연간 8900유로(약 1330만원)의 세금을 더 적게 내는 결과로 이어지며, 회사가 개인 가구보다 SUV를 두 배 더 많이 등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T&E의 전기차 프로그램 책임자인 스테프 코넬리스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그린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촉구했지만 내연기관 회사 차량에 대한 막대한 세금 혜택은 이와 상충된다”며 “회사 차량에 대한 전기화 목표를 설정하고 세금 혜택을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2035년 신규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으며, 유로7이라는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