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탄소중립 목표, 현대제철이 발목 잡나

- 2050년까지 구체적 계획 없어...고로 의존 탈피해야 - 현대자동차 2045년 탄소중립 먹구름

2024-11-01     송준호 editor

국내 최대 완성차 기업 현대자동차의 2045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공급망 문제로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은 31일 '현대제철의 미흡한 탈탄소 로드맵, 현대자동차 탄소중립 제동 거나' 보고서를 통해 전체 자동차용 강판의 60~70%를 공급하는 현대제철의 탈탄소화 계획이 미흡하다며, 이는 현대자동차의 위기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2050년까지 구체적 계획 없어...고로 의존 탈피해야

현대제철이 지난해 4월 내놓은 탄소중립 로드맵의 핵심은 고로와 전기로를 혼합하는 합탕 방식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12%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2050년까지 실질적인 탈탄소 전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기후솔루션의 설명이다.

현대제철은 2050년까지의 장기 목표로 'Hy-Cube' 기술을 제시했다. 수소환원제철로 직접환원철을 생산하고 이를 초대형·고효율 전기로에서 녹여 톤당 탄소배출량을 0.2톤까지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남은 탄소는 포집·저장·이용(CCUS)기술과 블루카본, 조림 등으로 상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술 개발 일정이나 검증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제철의 혼합 공정 로드맵/기후솔루션

현재 현대제철은 합탕 방식으로 단기 탄소배출 감축을 추진 중이다. 전기로로 고급강 제작이 어려운 국내 여건상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다만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의존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기후솔루션은 현 계획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2050년 이후에도 고로 설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고로를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며, 현대제철의 탄소중립 로드맵의 부실은 투자자들에게 좋지 않은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기후솔루션의 입장이다.

 

현대자동차 2045년 탄소중립 먹구름

현대자동차는 2030년 10% 이상, 2035년 40%, 2040년 60% 감축을 거쳐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제철의 불명확한 로드맵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후솔루션은 자동차 무게의 30~50%, 탄소발자국의 15~35%를 차지하는 강재의 대부분을 현대제철로부터 공급받는 현대자동차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의 탄소발자국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가 사용하는 자동차용 강판의 60~70%를 공급한다./기후솔루션

기후솔루션은 재생에너지 전환과 그린워싱 방지도 현대제철의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현대제철 저탄소 브랜드 HyECOsteel은 조개껍데기 및 HBI(철광석에서 산소성분을 뺀 DRI를 가공처리한 고철 대체재) 투입을 통해 확보한 탄소감축량을 근거로 저탄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HyECOsteel의 탄소 저감 효과도 아직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기에 포스코의 사례처럼 그린워싱으로 강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녹색철강 시장의 조성에도 정부와 함께 주요 플레이어로 나서야 한다고 현대제철에 촉구했다. 기후솔루션 철강팀 박정은 팀장은 “한국과 비슷한 철강 구조를 가진 일본은 이번 달 철강업계와 자동차업계, 건설업계, 정부, 투자자와 소비자단체 등을 모두 모아 녹색철강 시장 조성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라며 “한국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철강사와 정부, 수요산업 등이 녹색철강 시장 형성을 위한 논의에 한시바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