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보험연금청, 화석연료주(株) 보유 보험사에 40% 준비금 요구
- 화석연료 관련 주식 17%, 채권 40% 준비금 마련해야 - 회원국 투자 위축 우려…실제 타격 미미할 것
유럽보험연금청(EIOPA)은 유럽 보험사들이 소유한 화석연료 관련 자산에 대해 추가 자본을 확보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유럽 집행위원회에 권고했다. 유럽의 보험사가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 위험에 대비토록 하기 위해서다.
EIOPA는 7일(현지시각) '솔벤시(Solvency) Ⅱ에 따른 지속가능성 위험의 신중한 처리 최종 보고서'를 내놨다. 솔벤시2는 보험사가 보유자산을 시가로 평가하고,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위험 수준을 평가하도록 하는 제도다.
유럽 보험사들은 2016년부터 이를 시행하면서 보유 주식에 대해 최대 40%까지 위험 부담금을 쌓아왔다. 준비금은 자산별로 다르게 매긴다.
화석연료 관련 주식 17%, 채권 40% 준비금 마련해야
EIOPA는 보험사들이 화석연료 관련 주식에 최대 17%, 채권에는 최대 40%의 추가 자본을 확보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화석연료 자산의 높은 위험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EIOPA는 밝혔다.
EIOPA는 "화석연료 관련 주식과 채권이 기후변화 리스크에 더 취약하다"며 "보험사들이 이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IOPA의 권고안은 유럽 집행위원회가 환경, 사회적 목표와 관련된 자산에 대한 특별 규정이 필요한지 살펴보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유럽보험연금청은 리스크 분석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기후 전환 리스크에 노출된 자산의 시장 위험, 보험 인수 위험, 사회적 위험을 다뤘다. 보고서는 홍수 방지문 설치나 화재 방지 식물의 배치 등 기후변화에 대한 예방조치가 손해보험의 인수 리스크를 줄이는지도 분석했다. 초기 결과는 긍정적이나, 확실한 결론을 내리려면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IOPA는 "사회적 위험도 지속가능성 리스크의 하나로 중요하다"며 "보험사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지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고 위험 분석 모델이 없으므로 사회적 위험에 대한 조처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회원국 투자 위축 우려…실제 타격 미미할 것
EIOPA는 지난해 12월 "기후변화로 실물경제의 탈탄소화는 피할 수 없으며, 좌초자산으로 인한 투자 손실의 위험이 크다”고 경고하면서 준비금 마련에 대한 요구를 처음 제안했다.
당시 유럽 회원국들의 금융감독 기관들은 “(이 조치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예컨대, 셸이나 엑손모빌과 같은 석유 기업의 주식을 사면, 준비금이 추가로 필요하므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보험사들의 자본 수요는 다소 늘겠지만, 화석연료 관련주 보유 비중이 낮아 전반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SG뉴스에 따르면, 책임투자 NGO 셰어액션의 마리카 칼루치 EU정책책임자는 "대부분 보험사가 EIOPA가 얘기하는 최소 준비금의 2~3배를 넘게 갖추고 있어서 실제 타격은 미미할 것"이라며 "오히려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의 금융 규제 관련 비영리 국제 협회인 파이낸스 워치의 줄리아 사이먼 연구책임자는 "보험사 모델이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하다 보니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같은 전례 없는 사건엔 대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사가 좌초될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투자하는 게 위험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하는 중대한 조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