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상풍력 위기에 유럽행 택한 케이블 제조사들
- 케이블 제조기업, 유럽시장 수출하면 돼…트럼프 리스크 끄떡없어 - 바이든 지원에도 어려운데...해상풍력 종식 선언한 트럼프 시대 괜찮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5월 해상풍력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하자, 케이블 제조기업들은 미국에서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 3대 전선 제조사인 프랑스의 넥상스(Nexans)는 13일(현지시각) 트럼프의 재임 기간에 해상풍력 부문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건설한 해상풍력 케이블 공장을 유럽 수출기지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공장은 미국 해상풍력 시장에서 사용하는 해저 케이블을 생산한다.
케이블 제조기업, 유럽시장 수출하면 돼…트럼프 리스크 끄떡없어
넥상스의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장-크리스토프 줄리아드는 "트럼프가 4년간 모든 해상풍력을 중단하더라도 우리 회사에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넥상스 경영진은 수익에 영향 없이 미국산 케이블을 유럽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세계 최대 케이블 제조업체인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도 여유롭다. 프리즈미안(Prysmian)은 미국에서 넥상스보다 더 큰 입지를 갖고 있다. 대변인은 “전 세계 송전 시장의 약 40% 차지하고 있다”며 “유럽이 이 사업 부문을 주도할 것으로 보기에 트럼프의 당선이 수주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송전 사업의 수주잔고인 180억유로(약 27조원)가 대부분 유럽에서 나왔으며, 전 세계 송전 시장이 최소 2030년까지 연간 150억유로(약 22조원)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들은 12일(현지시각) “선거 후 미국 해상 풍력 물량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이 불명확해진 반면, 미국에 진출한 제조업체는 관세 부과로 인해 오히려 해외 수입에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지원에도 어려운데...해상풍력 종식 선언한 트럼프 시대 괜찮나
케이블 제조사들은 문제없다고 말하지만, 미국의 해상풍력 시장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기업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수석 재생에너지 애널리스트인 제프리 허버트슨은 13일(현지시각) 이날 한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지원에도 2024년은 풍력 발전량이 역대 최저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향후에도 상황이 바뀌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업 비용도 급증했다. 미국 에너지 기업인 에이펙스클린에너지의 에너지 마케팅 담당 부사장 에릭 하우그는 “300MW(메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소 건설비용이 4억달러(약 5627억 원)에서 최근 6억7000만달러(약 9426억원)로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상 풍력만큼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한 청정에너지 분야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카나리미디어에 따르면, 첨단 에너지 산업의 무역협회인 어드밴스드에너지유나이티드(Advanced Energy United)의 전무이사 겸 법률고문인 제레미 맥더미드는 “이런 변화가 연방 차원에서 규제의 불확실성을 크게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자금 조달을 더 어렵게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기조대로 해상 풍력에서 IRA의 세금 공제가 완전히 끊기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 보고서에 따르면, IRA 폐지 시 2035년까지 미국의 해상 풍력 발전량이 현재 39GW(기가와트)에서 21.5기가와트로 절반 가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