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해상풍력 위기 확산...덴마크 3GW 입찰 '제로', 스웨덴 신규투자도 스톱
- 덴마크, 비용 급등에 해상풍력 사업 차질 - 노르웨이, 5개사 줄줄이 철수... "수익성과 시간적 리스크 너무 커" - 스웨덴, 과잉 공급에 전기료 마이너스...신규 투자 중단
오스테드와 에퀴노르 등 해상풍력 산업의 선두 기업을 보유한 북유럽에서 잇따라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덴마크가 사상 최대 규모인 3GW(기가와트) 해상풍력 입찰에서 단 한 건의 입찰도 받지 못한 데 이어, 노르웨이에서는 5개 주요 기업이 대형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고 로이터와 몬텔뉴스가 각각 6일,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웨덴에서는 재생에너지 과잉 공급으로 전기요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올해 1분기 이후 신규 풍력발전 터빈의 발주가 전무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6일 "스웨덴 풍력산업의 성공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덴마크, 비용 급등에 해상풍력 사업 차질
덴마크가 북해에서 추진하던 3GW 규모 해상풍력단지 입찰이 무산됐다. 입찰 조건이 현재의 시장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덴마크 정부는 보조금 없이 30년간 사업자가 정부에 사용료를 내고, 정부가 20% 지분을 갖는 조건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건으로 2021년에 1GW 규모의 토르(Thor) 풍력단지 입찰이 진행됐지만, 그때와 달리 현재 상황에는 맞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드맥킨지의 해상풍력 리서치 책임자인 쇠렌 라센(Søren Lassen)은 "입찰 설계가 현재의 비용 구조가 아닌 과거 시장을 반영하고 있다"며 "정부가 사업자들로부터 받으려 하기보다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풍력발전협회(WindEurope)는 "덴마크는 폴란드, 네덜란드, 영국과 달리 보조금이나 수익 안정화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여기에 전력망 연결에 드는 높은 비용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라스 아가드 덴마크 기후에너지유틸리티부 장관은 "입찰 조건이 시장 상황이 훨씬 좋았던 시기에 결정됐다"며 "당시엔 보조금 없이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해명했다.
노르웨이, 5개사 줄줄이 철수... "수익성과 시간적 리스크 너무 커"
노르웨이 최초의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건설 계획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인 뤼세(Lyse)와 전력기업 에비니(Eviny), 글로벌 석유기업 셸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노르웨이의 해상풍력기업 프레드 올센 씨윈드(Fred. Olsen Seawind)와 난방기업 하프슬룬드(Hafslund)의 블로빙에(Blåvinge) 컨소시엄이 내년 1분기로 예정된 1.5GW 규모의 입찰에 참여를 포기했다.
뤼세의 대변인 아틀레 시몬센은 현지 에너지 미디어인 몬텔에 "수익성과 시간, 산업 성숙도 측면에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철수 이유를 설명했다. 덴마크 오스테드도 이 발표에 앞서 해당 입찰에 참여를 포기한 바 있다.
블로빙에 컨소시엄은 노르웨이 정부가 본토 안에서만 전결망 연결만 허용하고 다른 국가와의 전력망 연결을 제한한 것도 철수를 결정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몬텔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업계는 정부의 지원금 상한선인 350억노르웨이크로네(4조5038억원)가 너무 낮다고 비판해 왔다. 반면 테리에 아슬란드 에너지부 장관은 "500MW(메가와트) 규모의 부유식 풍력발전을 가동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라는 입장이다.
스웨덴, 과잉 공급에 전기료 마이너스...신규 투자 중단
스웨덴은 재생에너지로 이룬 실적이 산업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겪고 있다. 스웨덴은 수력과 원자력, 풍력으로 거의 모든 전력을 생산하는 가운데 풍력이 전체 발전량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수천 기의 풍력터빈이 들어서면서 전력의 과잉 공급이 일상화됐다. 전기요금이 종종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년간 매우 낮은 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올해 북유럽 평균 전력 가격은 MWh(메가와트시)당 36유로(약 5만4550원)로,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노르웨이의 컨설팅기업 스톰지오의 수석 애널리스트 시그비욘 셀란드는 “2025년에서 2027년 사이에 북유럽 시장 일부에서는 전력 가격이 장기간 제로(0)에 가까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력 가격이 바닥을 기록하여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스웨덴에서는 올해 1분기 이후 신규 터빈 발주가 전무한 상태다. 여기에 터빈의 비용 상승, 금리 인상은 물론 주민 반대와 군사시설 보호 등으로 인허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의 독립 재생 에너지 회사 리뉴어블 에너지 시스템의 북유럽 대표 마틸다 아프셀리우스(Matilda Afzelius)는 "25년 넘게 이 업계에 있었지만 인허가 측면에서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토로했다. 스웨덴 풍력발전협회(Svensk Vindenerg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는 신규 풍력 프로젝트 16건 중 12건이 지자체 거부로 좌초됐다.
이에 더해 스웨덴 정부는 지난달 러시아 위협을 이유로 발트해 해상풍력 사업 신청 13건을 전면 취소했다. 이에 오스테드, RWE, 이케아 등이 추진하던 프로젝트들이 모두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