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026년 대기업 기후 공시 의무화…ISSB 기준 완전 채택 로드맵 발표

2024-12-12     이재영 editor

홍콩 정부가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하며, 2026년부터 주요 대기업에 대한 기후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을 밝혔다고 11일(현지시각) ESG투데이가 보도했다.

2025년부터 일부 상장기업에 대해 IFRS의 국제지속가능성공시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원칙준수 혹은 예외설명(Comply or Explain)' 방식으로 보고를 도입하고, 2026년부터 주요 대기업 대상 의무요건을 도입할 계획이다. 

 

2026년 대기업 기후 공시 의무화…2028년 전면 확대

홍콩 정부는 지난 3월 '홍콩 지속가능성 공시 생태계 개발에 대한 비전' 성명을 발표하며, ISSB 공시 기준에 맞춘 자국 내 공시기준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장 기업 및 은행, 자산운용사,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까지 포함하겠다고도 밝혔다. 

이후 홍콩 공인회계사협회(HKICPA)는 ISSB 기준과 '완전히 일치하는(fully aligned)' 기업 지속가능성 및 기후 공시기준을 제시한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9월, ISSB의 공시표준인 일반 요구사항(IFRS S1)과 기후공시(IFRS S2) 기준에 일치하는 자국기준인 HKFRS S1과 S2 초안을 발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을 받아왔다. 정부는 홍콩 공인회계사협회(HKICPA)가 올해 말까지 최종 공시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로드맵에 따르면, 2025년 회계연도부터 모든 메인보드 상장기업(한국의 코스피 지수에 해당)의 경우 IFRS S2 기후공시를 해야 하며, 만약 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일명, '원칙을 준수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이를 설명해야 하는(Comply or Explain)' 방식을 적용한다. 2025년부터 상장기업 대상 기후공시를 의무화하는 싱가포르와 공시 시점이 같으며, 아시아에서는 매우 빠른 로드맵 일정이다. 

또 홍콩종합라지캡지수(HSLI)에 편입된 상위 200대 대기업에 대해서는, 2026년 회계연도부터 의무적으로 보고를 시작해야 한다. 시가총액 80% 가량이 기후 공시 의무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2028년까지 모든 상장기업와 주요 금융기관들도 지속가능성 공시를 순차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홍콩증권거래소(HKEX)는 이러한 순차적인 공시 의무화 협의를 위해 2027년 이해관계자들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당초 홍콩은 2024년부터 기후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기업들의 준비상황을 고려한 끝에 도입 시기를 2026년으로 유예했다. 특히 홍콩의 경우 국가별 상황에 맞게 ISSB 기준을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ISSB 기준에 거의 일치하는 공시기준을 도입하는 세계 최초 관할권(jurisdiction)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공시 인증 기준 및 데이터 품질 개선 계획

한편, 이번 로드맵에는 새로운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이행하기 위한 다양한 홍콩 정부의 지원계획도 설명돼있다. 지속가능성 공시 인증 기준 및 규제 프레임워크 개발, 친환경 핀테크 개발, 무료 데이터 도구 배포, 홍콩 분류 체계(택소노미)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홍콩은 지난 6월 기후 공시 대응 등과 관련한 그린 핀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보조금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또 최근 ‘그린 핀테크 맵’ 프로토타입을 출시, 홍콩 내 그린 핀테크 기업을 한눈에 보고 볼 수 있도록 했다. 

크리스토퍼 후이 홍콩 재경사무국장은 "ISSB 기준의 완전한 채택을 통해 홍콩이 녹색 금융과 지속가능 투자에서 글로벌 선도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홍콩이 지속가능성 공시의 국제 표준 정립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로드맵 발표는 지속가능 금융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홍콩이 국제 기준을 수용하며 지속가능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홍콩은 2021년 10월 홍콩 기후행동계획 수립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선언했고, 203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이하로 감축하는 중간 목표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