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항공운송협회, EU 항공 배출권 라벨제도 강력 비판
- EU, 오염자 부담 원칙에 맞는 항공업계 규제 강화 - EU 항공 환경규제 반발 확산...남유럽·항공업계 '경쟁력 악화' 우려
유럽연합(EU)이 항공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로운 규제를 발표하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18일(현지시각) 새로운 항공 배출권 라벨(FEL) 제도를 시행하고 항공 부문 환경세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실효성 없는 과도한 규제"라며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23일(현지시각) 전했다.
항공업계는 이미 유럽 내 단거리 항공편에 대해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데다, 2026년부터는 배출권거래제(ETS) 무상할당마저 전면 중단될 예정이어서 추가 규제는 업계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U, 오염자 부담 원칙에 맞는 항공업계 규제 강화
항공 배출권 라벨 제도는 EU 역내 및 역외 출발 항공편을 대상으로 하며, 2025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ESG뉴스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항공기 종류 ▲평균 승객 수 ▲화물 운송량 ▲항공유 사용량 등을 고려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해야 한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항공사들의 배출량 데이터를 국제 기준에 따라 검증하고 관리하게 된다. EU는 이를 통해 항공업계의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EU는 항공사들이 누려온 항공유 비과세, 국제선 티켓의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혜택도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EU 기후변화 담당 집행위원인 봅커 훅스트라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라며 강도 높은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훅스트라 위원은 "오염자 부담 원칙이 우리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U 항공 환경규제 반발 확산...남유럽·항공업계 '경쟁력 악화' 우려
항공업계 규제에 반대하는 회원국들은 이번 발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등 관광 의존도가 높은 남부유럽 국가들은 "EU 역외 경쟁국들과의 관광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리스의 코스티스 하치다키스 재무장관은 "관광산업이 GDP의 2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수용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항공 업계에서도 이 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윌리 월시 사무총장은 "환경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세금을 인상하는 것은 완전한 헛소리"라며 EU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월시 사무총장은 "세금을 올려도 개인 제트기 운항은 계속될 것"이라며 "승객 수만 줄어들어 사회경제적 피해만 발생할 뿐 환경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공업계는 환경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항공유(SAF) 생산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항공 전문 매체 심플 플라잉에 따르면, 2024년 SAF 생산량은 당초 예상치인 150만톤에 크게 못 미치는 100만톤에 그칠 전망이다.
IATA는 "정부들이 석유회사들에 화석연료 탐사와 생산에 대한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면서 SAF 생산에 대해서는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시 사무총장은 "유럽의 과도한 규제가 대륙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유럽단일공역(Single European Sky) 제도 부활 등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단일공역은 EU가 2004년 회원국 간 분절화된 항공관제체제를 통합해 효율적인 유럽 공역의 교통관리를 위해 마련한 이니셔티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