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퀴노르, 탄소 저장량 10배 과장 드러나...사실 인정 후 홈페이지서 삭제

- "연간 100만톤 저장" 홍보했지만 실제론 10만톤 - 연간 배출량 2억톤 넘는데...CCS로는 0.3%도 못 잡아

2025-01-19     송준호 editor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가 자사 탄소 포집·저장(CCS) 시설의 이산화탄소 저장량을 10배 가까이 부풀려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 디스모그는 14일(현지시각) 노르웨이 환경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통해 이를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에퀴노르는 그동안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연간 약 100만톤의 탄소를 포집·저장하고 있다"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디스모그가 사실을 지적하자 해당 내용을 수정한 후, "웹페이지를 수동으로 업데이트를 해야하는 과정에서 나온 오류"라며 사실을 인정했다. 

 

"연간 100만톤 저장" 홍보했지만 실제론 10만톤

북해에 위치한 에퀴노르의 슬레이프너(Sleipner) CCS 시설의 2023년 실제 탄소 저장량은 10만6000톤으로, 회사가 주장해 온 100만톤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된다.

노르웨이 환경청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에퀴노르는 2001년 이후 단 한 번도 연간 저장량 100만톤을 달성하지 못했다. 2022년에도 저장량은 26만톤에 그쳤다. 에퀴노르가 운영하는 또 다른 CCS 시설인 스노비트까지 합쳐도 2023년 총저장량은 76만3000톤으로, 두 시설의 전체 저장 용량인 170만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탄소저장량이 과장됐다고 지적 받은 슬레이프너 시설/에퀴노르

에퀴노르는 슬레이프너 가스전의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에 탄소 저장량 역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슬레 레델 요하네센(Gisle Ledel Johannessen) 에퀴노르 대변인은 "가스 생산이 줄어들면서 포집할 수 있는 탄소의 양도 자연스럽게 감소했다"고 해명했다.

탄소를 모니터링 하는 장비가 고장이 난 점도 원인으로 제시됐다. 회사는 2017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모니터링 장비가 고장나서 탄소 포집량이 과대 계산됐다고 전했다. 이 기간 동안 270만톤을 포집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210만톤으로 28%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간 배출량 2억톤 넘는데...CCS로는 0.3%도 못 잡아

에퀴노르는 2035년까지 연간 3000만~5000만톤의 탄소를 저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의 저장 실적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퀴노르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배출량이 2억6200만톤에 달한 것으로 확인된다. 반면, CCS 시설을 통한 저장량은 80만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0.3%에 불과했다고 디스모그는 지적했다.

슬레이프너 시설은 주변 가스전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가스터빈을 가동하는데, 2023년 이 과정에서 대기로 배출된 탄소는 65만8000톤이다. 즉 포집해 저장한 10만6000톤의 탄소량을 6배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노르웨이의 기후 컨설턴트 케탄 조시는 디스모그에 "에퀴노르가 야심 찬 CCS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포집량은 제자리걸음"이라며 "CCS를 기후 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