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들, 환경·사회 주주제안 지지율 최저 기록

2025-02-19     유인영 editor
환경·사회 주주제안에 대한 지지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 셰어액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사회·환경 문제에 대한 주주제안 지지율이 2024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73건의 주주제안 중 과반 지지를 얻어 통과된 것은 단 2건에 불과했다. 

18일(현지시각) 영국의 ESG 행동투자기관 셰어액션(ShareAction)은 세계 주요 자산운용사 70개사의 2024년 주주총회 투표 성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 및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279건의 주주제안 중 과반 지지를 얻은 것은 단 4건(1.4%)에 불과해, 2021년 기록했던 21% 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자산운용사, 환경·사회 주주제안 지지 비율 평균 7%

특히 블랙록(BlackRock),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Fidelity Investments),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tate Street Global Advisors), 뱅가드(Vanguard) 등 세계 4대 자산운용사의 환경·사회 주주제안 지지 비율은 평균 7%에 불과했다. 뱅가드는 주주 제안에 0%의 찬성표를 던져 평가 대상 운용사 중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이들 4개 운용사의 운용 자산 규모는 총 23조달러(약 3경3143조원)로, 이는 유럽연합(EU) 전체 GDP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셰어액션은 이들 자산운용사가 지지했다면 48건의 주주제안이 추가로 통과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자산 운용사들은 “주주제안의 요청 사항이 이미 반영되고 있다”는 등의 비슷한 설명을 내놓으며 사회·환경 주주제안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옹호했다. 그러나 셰어액션은 "주요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의 찬성 권고 비율은 2021년 이후 거의 동일하게 유지됐다"고 반박했다.

4대 자산운용사의 환경·사회 주주제안 지지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 셰어액션

한편, 클라이밋 액션 100+(CA100+)를 탈퇴한 자산운용사들은 CA100+ 권고 안건에 대한 지지율이 낮았으며, 심지어 CA100+에 가입한 적이 없는 자산운용사들보다도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CA100+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촉진해 글로벌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 이니셔티브로, 미국 공화당의 정치적 공세를 받았다.

CA100+ 권고 안건에 대해 회원사들은 평균적으로 75%에 찬성했지만, CA100+ 탈퇴한 자산운용사들의 지지율은 22%에 그쳐, CA100+ 가입한 적이 없는 자산운용사들의 평균 지지율인 38%보다도 낮았다. 

 

“6년 동안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를 분석해 온 이래 최악의 수준”

미국과 유럽 자산운용사 간 ESG 투자 태도 차이는 두드러졌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자산운용사들은 평균적으로 주주제안의 81%를 지지하며, 미국 자산운용사보다 책임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유럽 규제 당국의 기업 투명성 기준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셰어액션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투명성과 책임을 유지·강화하는 방향으로 EU의 규제 체계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럽 자산운용사들도 사회적 책임과 기후 대응에 미흡한 기업의 경영진 제안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개선점을 제시했다.

셰어액션 금융 부문 연구 책임자인 클라우디아 그레이(Claudia Gray)는 “이번 결과는 우리가 지난 6년 동안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를 분석해 온 이래 최악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 대응 등이 가장 절실한 시기에 자산운용사들의 책임 투자 의지가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