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20년 미룬 HSBC… CEO 성과서 환경 비중도 축소
유럽 최대 은행 HSBC가 넷제로 목표를 20년 연기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HSBC는 19일(현지시각) 2020년 수립한 203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2050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자체 운영과 출장,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2030년까지 40% 감축하는 것으로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공급망 전환 난항...탄소중립 2050년으로 늦춰
HSBC는 이날 연례보고서에서 고객사들의 기술 발전 속도나 시장 수요 변화, 정부 정책 등에 은행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탄소중립 목표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의 2030년 넷제로 목표는 막대한 탄소상쇄 크레딧을 상정하고 세운 목표로,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의 지침과도 부합하지 않아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줄리안 벤첼 HSBC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는 같은 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목표를 통해 석유가스 기업에 대한 대출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되 더 꼼꼼히 심사하겠다”며 “기존의 엄격했던 환경기준을 현실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SBC는 지난해 10월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를 임원진에서 제외했고, 당시 CSO였던 셀린 허바이저가 사임했다. 새로 부임한 벤첼 CSO는 한 달 전에 자리에 올랐다. 로이터는 환경단체들이 이러한 인사 조치를 HSBC가 환경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조짐으로 해석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환경단체인 리클레임파이낸스의 크리스토프 에티엔 대표는 “HSBC가 친환경 경제를 이끌어야 할 시점에 오히려 환경 목표를 낮추기로 한 것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액션에이드UK의 자흐라 흐디두 기후 자문위원은 “2050년은 너무 늦다”며 “그때까지 기다리면 지역사회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EO, ESG 성과지표 5% 축소…연봉 상한 43% 늘어
HSBC는 연례보고서에서 조지 엘헤데리 CEO의 성과급 산정 기준에 포함되는 환경 목표 비중을 삭감하는 안을 제시했다. CEO가 받는 2025년부터 2027년의 장기 성과급(long-term incentive plan, LTI) 평가에서 환경 관련 항목 비중을 25%에서 20%로 낮춘 것이다.
이번 변경으로 엘헤데리 CEO는 성과급으로만 최대 900만파운드(약 163억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연봉 상한도 1050만파운드(약 190억원)에서 1500만파운드(약 272억원)로 43% 올랐다.
은행 측은 연례보고서에서 “ESG 목표도 지원하되, 수익 창출에 더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HSBC는 "거래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CEO 성과급을 은행 내부의 탄소 감축 실적과만 연계하기로 했다. 이 안은 올봄에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엘헤데리 CEO는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목표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현 단계에서 목표 이행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연이어 탈퇴한 UN 넷제로은행연합(NZBA)에 계속 남아있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현재는 회원"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