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가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를 임원 위원회에서 해임했다. 이같은 결정은 지난 29일(현지시간) HSBC가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새로운 운영위원회는 16명에서 12명으로 줄인 임원 위원회 명단을 발표했는데, 리스트에 그룹 최고 지속 가능성 책임자인 셀린 허바이저(Celine Herweijer)의 이름은 오르지 않았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 9월, HSBC에 새로 임명된 최고경영자(CEO) 조르주 엘헤데리(Georges Elhedery)가 비용을 절감하고 경영을 간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데 따른 것이다.
HSBC의 최신 결정은 지속가능성 옹호자들로부터 HSBC가 기후 변화 공약에서 후퇴하는 은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HSBC는 올해 1월에만 해도 은행권 최초로 넷제로 전환 계획을 발표하는 등 에너지 전환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지난 8월, HSBC의 ESG 연구 팀은 자산관리사의 ESG에 대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이후 지속가능성 목표에서 한걸음 물러선 오늘의 결과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9일, 새로운 최고경영자 조르주 엘헤데리에게 허바이저가 은행의 고위 의사결정 기구에서 제외된 것의 의미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언급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은행은 넷제로 전환을 지원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기후 목표를 완화하는 은행들...우선순위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
은행권에는 기후 목표를 완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는 최근 발표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목표를 삭제하는 등 지속가능성 목표를 조용히 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월에는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면 10년간 103억달러(약 14조 2531억원)의 대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내용의 시티그룹의 내부 기밀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HSBC의 행보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목표의 축소는 즉 은행 업계 내에서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영국 자선단체를 위한 전문 투자 회사이자 은행의 주주인 에프워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Epworth Investment Management)의 최고책임책임자인 앤드류 하퍼(Andrew Harper)는 로이터 통신에 “이는 은행의 기후 행동에 대한 결의가 약화될 수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행동 없는 공약은 HSBC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은행이 대담한 기후 주장을 했다가 약화시키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운영 위원회에서 지속가능성 책임자를 제외한 것은 은행의 진정한 의도, 즉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익을 얻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그널일 뿐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HSBC는 비영리 단체 셰어액션(ShareAction)과 기관 투자자들의 캠페인 이후, 지난 2022년에 새로운 석유 및 가스전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지난 5월 셰어액션이 2030년까지 녹색금융에 지출하기로 약속한 1조달러(약 1384조원)에 대한 계획을 물었지만 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기후 운동가들은 기업의 임원 위원회 내에 지속가능성 책임자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존재가 있어야 기업의 결정과 기후 위기의 긴급성과 일치하고 기관이 환경 문제에 대한 공약을 확고히 책임지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련 전문가들은 “이는 글로벌 과제를 반영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일부 대형 은행은 정부의 명확한 정책 방향 없이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기후 공약을 뒷받침할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없다면 은행 업계의 목표는 흔들릴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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